[서호정] '폼 미쳤다' 나상호 인터뷰 "카타르 월드컵의 자신감과 과제가 각성의 힘"

서호정 기자 2023. 5. 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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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지금 K리그에서 가장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선수, 나상호와 서호정 기자가 대화를 나눴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경기에 앞서 작성됐습니다. (편집자 주)


'OOO 폼 미쳤다'. 요즘 유행하는 찬사는 경기가 끝날 때마다 FC서울의 포워드에게 쏟아진다. 12라운드를 마친 현재 나상호는 8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득점 1위고, 공격포인트는 가장 먼저 10개를 돌파한 선수가 됐다. 최근 5경기에서 4골 2도움을 기록 중인데 지난 9일 광주FC와의 홈 경기에서 절정의 폼을 증명했다. 교체 투입된지 2분 만인 후반 20분 황의조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기예에 가까운 시저스킥으로 마무리했다.


불과 1년 전의 나상호와는 완전히 다른 페이스다. 지난 시즌 대구와의 개막전에서 골을 터트린 나상호가 시즌 2호 골을 기록하기까진 3개월가량이 더 필요했다. 시즌 성적은 8골 4도움으로 끝났지만 내용 면에서 경기력 기복이 심했다. 시즌 중 기성용으로부터 넘겨 받은 주장 완장의 무게감도 커 보였다. 


2023시즌의 나상호는 K리그1의 판 전체를 뒤흔드는 특급 선수다. 부지런하고 전술적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는 윙어의 이미지를 버리고, 과거 광주와 성남에서 보여준 파괴력 넘치는 골잡이의 모습을 되찾았다. 4월 최고의 K리거(EA SPORTS K리그 이달의 선수상)도 그의 차지가 됐다. 무엇이 계기가 됐고, 나상호 본인은 어떤 고민과 노력을 했을까? 구리에 위치한 GS 챔피언스파크에서 직접 물어봤다. 


- 광주전 골은 모든 사람들이 입이 쩍 벌어질 원더골이었습니다. 안익수 감독의 리액션까지 봉인이 풀릴 정도의 멋진 골이었네요. 
의조 형으로부터 좋은 크로스가 올라왔고, 그 상황에서 한번 터치하기 보다는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가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자신 있게 처리했는데 멋지게 마무리된 거 같습니다. 그런 장면은 자신감이 반이라고 생각해요. 올 시즌 앞선 경기에서 누적된 자신감이 만든 성과죠. 나머지 반은 훈련의 결과고요. 자칫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자세지만 경기 중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부분은 연습을 통해 가능했던 것 같아요. 


- 지금 컨디션이 너무 좋으니까 웬만한 경합에서 밀리질 않습니다. 가끔은 박스 안에서 상대의 몸 싸움에 넘어지면 페널티킥이 나올 거 같은데 그것도 버텨내는 모습이네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경기장에 들어가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큰 상태예요. 퍼포먼스적인 부분을 더 잘 해내겠다는 욕심도 갖고 있고요. 그 부분에서 연구를 하고, 노력을 하니까 경기장에서 작용이 되죠. 


- 득점 페이스 면에서 서울에 보낸 지난 2년과 현재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관찰하는 입장에선 찬스에서 응축된 힘이 폭발한다고 할까요. 이전에는 많은 움직임을 갖다 되려 마지막에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거든요.
그 부분에서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그들이 제게 도움을 많이 준다고 생각해요. (임)상협이 형이 인터뷰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현재 제가 팀적으로 감당해야 할 수비적인 몫을 상협이 형이 해 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희생에 너무 고맙고요. 작년과 다르게 지금은 더 높은 포지션에서 뛰어요. 밑으로 많이 내려가지 않아도 수비수들이 버텨주고 있고요. 다른 동료들이 한발 더 뛰면서 수비 가담을 해주니까. 제 전술적 임무는 이제 골에 집중하는 게 됐죠. 수비를 아예 안하는 건 아니예요. 제가 선 위치에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면 수비를 하러 가야 하죠. 그런데 그 빈도가 올해는 덜 합니다. 수비 가담을 위한 스프린트 횟수가 줄다 보니 그 힘을 공격에 더 쓸 수 있게 됐어요. 



- 많은 이들이 나상호라는 선수의 레벨이 두어 단계 올라갔다고 느낍니다. 각성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올 시즌을 앞두고 기대는 했어요. 이 정도 페이스일 줄은 몰랐지만. 기점은 월드컵이었죠. 큰 무대에서 뛰어 보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동시에 숙제도 얻었죠. 상대의 적극적이고 강한 수비를 버티며 뚫어내는 힘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피지컬적인 부분에 대한 훈련을 통해 채운 부분이 많습니다. 나폴리의 흐비차 선수나 (손)흥민이 형 영상을 보면서 드리블 상황에서 어떻게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연구했어요. 공통된 게 시도해서 뺏길 위험이 있어도 공격적으로 밀고 나가는 모습이었어요. 드리블 시도를 실패해도 그 뒤에도 계속 상대에게 위협적인 선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격적인 부분을 자신 있게 하려고 해요. 


- 월드컵 우루과이전은 나상호의 인생 경기지만, 동시에 올 시즌 폼을 만든 출발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 인생 첫 월드컵 출전이었는데, 현재 좋은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된 게 맞아요. 그 경기가 없었으면 지금 잘 하고 있을까 싶습니다. 제 경쟁력을 갖춰야 팀도 발전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대표팀에 가면 항상 좋은 선수들이 있고, 그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저 또한 계속 노력하며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추려고 했죠. 우루과이전에 선발로 나가게 됐을 때 부담감은 있었지만, 그것보다 내 자신을 한번 보여주자는 마인드 컨트롤을 계속 했어요. 이 소중한 기회를 부담감에 짓눌려 가진 실력을 다 못 보여주면 저와 팀 모두의 손해니까 그것부터 해 내겠다고 다짐했고요. 들어가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자신 있는 플레이 하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뤄진 경기였습니다.


- 월드컵 전에 마음고생도 있었을 겁니다. 서울에서의 들쭉날쭉한 경기력, 대표팀에 가면 벤투호의 황태자라 쓰고 특혜라고 읽는 것 같은 외부의 시선들... 
멘탈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누구의 시선을 신경쓰기보다 저에게 집중했어요. 왜 컨디션이 일정하지 않은지, 기복이 심한지, 제 스스로에게 짜증이 났어요. 어떤 걸 해야 하나 생각을 하며 노력, 또 노력했죠. 제가 잘했던 플레이 영상을 다시 보고, 그 시절의 마음가짐을 되돌아봤어요. 초심을 찾는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유럽의 관심도 들리고, 여러 생각으로 들뜰 수도 있었을 텐데 무엇에 집중을 했습니까?
월드컵에서 피지컬 문제를 많이 느끼고 왔어요. 이번 동계 때 그 부분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야 되겠다 싶어 신경 썼죠. 월드컵이 끝난 시점에 바로 지금부터는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생각했어요. 기대만 갖고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없으니 훈련에 임하는 각오를 달리했고요. FC서울에서 팬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축구,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피지컬적으로 수준 높은 선수와 부딪힐 때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힘을 더 내고 폭발력을 가지려고 파워적인 부분을 추가했야 해 근육량을 늘렸죠. 그러면서 경기에 나가 스프린트를 할 때 스피드적 면에서 힘이 더 붙었다는 기분이 들어요. 



- 황의조 선수가 서울로 오면서 거의 함께 생활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배운 것들이 크다고 했는데요. 
의조 형이 가진 장점은 굉장하죠.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도 제가 형에게 많이 배웠어요. 반박자 빠른 슈팅, 공을 소유하는 부분... 지금은 팀원으로 같이 생활하다 보니 몸 관리나 마인드 컨트롤을 같이 얘기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게 올해 잘 되는 숨은 원동력이죠. 형의 사이클을 따라하고 있어요. 아침에 출근할 때 시간 맞춰 같이 클럽하우스로 와요. 경기 전날에는 의조형 집에서 합숙을 하며 패턴을 맞추고요. 올해부터 구단에서 홈 경기 전날 합숙을 하지 않는데, 저는 누나랑 같이 살고 있어서 의조형 집에 가서 함께 식사하고 자고, 다음날 이동해요. 하루 사이클을 경기에 맞춰서 같이 하고 그 과정에서 전방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플레이에 대한 토론도 해요. 광주전 때도 사실은 저와 의도 형이 득점 장면에서 역할이 반대가 됐어야 맞아요. 제가 올려주고, 형이 넣는 게 원래 계획이었는데 경기장에서는 그 반대가 나와서 재미있었어요.


- 유럽 진출은 이제 타이밍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어떤 무대로든 이적이란 것 자체는 쉽지 않은 일이고요. 그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만으로 제 마음이 들뜨면 안됩니다. 선수는 자신의 현 소속팀에서 잘해야 하는 게 1번이죠. 들떴다가 안되면 상실감만 생겨요. 유럽이라는 목표는 있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시즌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았어요. 지난 겨울 동안 올 시즌 서울에서 어떻게 할 지만 집중했고, 여기서 잘 하면 더 좋은 상황으로 연결될 겁니다. 지금도 그래요. 유럽의 관심, 그런 얘기를 들어도 그냥 '아 그렇구나' 하죠. 제가 좋은 퍼포먼스를 꾸준히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 유럽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한번 실패하고 돌아온 게 후일 해외로 다시 갈 경우 좋은 경험과 학습 효과가 될 거 같아요.  
일본(FC도쿄)에 갔을 때는 혼자 생활하는 게 처음이어서, 집에만 있었어요. 혼자만 고민하다 보니 어두운 상태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그게 지금 와서는 좋은 경험이 된 거 같아요. 혼자 있는 상황에서 몸이 쳐지지 말고 계속 활동하고, 동료들과 관계를 맺으며 긍정적인 부분을 가져와야 한다는 걸 배웠죠. 제가 더 잘 버텨야 했던 시기는 맞아요. (오)재석이 형, (장)현수 형, (유)인수 형이 많이 도와줬는데도 제가 낯을 가리고 소심한 편이라 그걸 극복 못했어요. 지금도 성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축구로 성공을 하려면 싫어도 해야 할 거 같아요. 해외에 나간 선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팀 동료들과 친해지는 게 성공의 첫 단추라고 하거든요. 서울에 와서 그 부분을 바꿨어요. 지금 하는 것처럼 좋은 패턴을 가져가도록 해야죠. 


- 영어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다고 황의조 선수가 공개했습니다. 혹시 PL 진출을 노리는 건?
일주일에 2~3번 비대면 영상 수업으로 하고 있어요. 영어는 거의 모든 국가에 가서 통용이 되니까,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진출하지 못해도 영어를 공부하는 건 제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요. 팀 내 외국인 선수들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고요. 아직은 한창 시작 단계라서, 아직 멀었어요. 그래도 영어 실력 늘었네~ 하는 소릴 들으면 동기부여가 강해질테니 계속 노력해야죠. 


- 대표팀에서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3월의 경험이 다시 소집되는 6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3월 소집은 좋은 경험이 됐어요. 클린스만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가 워낙 공격적이라 앞으로 제게 좋게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속팀에서도 좀 더 공격적으로 하려고 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그런 순환을 통해 지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게 된 거 같습니다. 6월에 뽑히면 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좋은 동료가 많아 경쟁이 심한 자리지만, 그만큼 제가 많은 노력을 해야죠.


- FC서울에서의 지난 3년을 보면 팀과 나상호 선수 모두 힘든 시간을 딛고 지금의 좋은 흐름을 탔습니다. 이 팀에서 보내고 있는 시간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면요? 
제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제 좋은 퍼포먼스도 따라 왔어요. 팀을 위해 준비한다고 하면 그건 반드시 저에게 돌아옵니다. FC서울이 지금 좋은 순위에 있지만 마지막까지 좋은 경쟁력 보여주며 더 좋은 위치에 있고 싶어요.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며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목표가 있습니다. 지난달에 임영웅 씨가 홈 경기에 오면서 4만 관중이 들어찼을 때 더 힘이 나더라고요. 올 시즌 다시 한번 그런 분위기 속에 뛰고 싶습니다. 예전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다 찬 상태로 홈 경기를 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 선수들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 그런 장면을 또 만들고 싶습니다.


글= 서호정 기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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