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12시간 회의' 이어…후쿠시마 시찰 한·일 추가 협의
한ㆍ일이 17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시찰단 파견 관련 심의관급이 참여하는 화상 회의를 열었다. 양국은 지난 12일 12시간 넘는 1차 국장급 회의에 이어 이날 4시간여의 2차 실무급 화상 협의를 벌였지만 구체적 시찰 항목 및 범위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심의관급 화상 추가 협의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0분부터 화상으로 시작된 2차 협의는 오후 6시 50분 무렵까지 4시간가량 진행됐다. 한국 측에선 김선영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심의관이, 일본 측에선 유모토 게이이치(湯本啓市) 경제산업성 원자력사고재해대처 심의관과 외무성 군축국 과장급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앞선 1차 회의에서 국장급이 서울에서 직접 대면 회의를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로, 이날은 심의관급이 실무적인 디테일 조율 작업을 벌인 것으로 파악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시찰단 활동 범위와 관련한 세부 사항의 협의가 남아 있다"며 "(1차 회의에서) 일본 측에 포괄적으로 여러 사항을 상세하게 제안을 많이 했고 일본 측이 상당히 협조적인 태도로 임했기 때문에 상당 부분 진척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측은 지난 12일 국장급 협의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등 시찰을 희망하는 시설 및 정보 리스트를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일본은 당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내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확답을 주지 않으면서도, 협의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선 일일이 본국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쳤다고 한다. 회의가 이례적으로 새벽 2시까지 12시간동안 진행됐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일본 측은 12일 회의에서 한국 측이 예상보다 많은 요청을 하자 한국의 요구 리스트의 절반 이상에 대해선 선을 일단 그었지만, 대면 회의 이후 추가 수용 의사를 밝혀온 부분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앞선 지난 1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도쿄 총리공저에서 진행된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의 특별대담에서 오염수 문제와 관련 “안전성뿐 아니라 ‘안심’에 대해서도 한국 분들의 이해를 심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한국에서 제기되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기본 입장 평행선은 여전
한·일 양국은 일단 오는 23~24일을 전후로 당초 계획했던 1박 2일보다 늘어난 3박 4일간 후쿠시마에 한국 시찰단을 파견하는 데 합의한 상태다. 이날 두 번째 회의를 거쳤지만, 양국은 구체적인 시찰 장소 등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시찰 대상을 확정한 뒤에는 해당 장소에서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한 인원과 장비 등에 대한 추가 조율도 진행해야 한다.
정부는 일본과의 추가 화상 협의 대신 외교 경로를 통한 의사소통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양측이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배경은 '사실상 검증에 가까운 현장 시찰이 이뤄져야 한다'는 한국과 '안전성 확인이나 별도 검증은 없다'는 일본의 기본 입장이 온도 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해 3월과 11월에 대만이, 지난 2월에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사무국이 후쿠시마에 현장 시찰단을 파견했지만 모두 도쿄전력으로부터 정화 절차 관련 설명을 듣고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K4 탱크와 방류구와 바다를 잇는 1㎞ 길이의 해저 터널을 둘러보는 데 그쳤다.
야당이 요구하는 시료 채취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이 탱크에서 시료를 채취해 알프스에 통과시킨 뒤 시료를 분석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함께 살펴볼 계획이지만, 한국 시찰단이 직접 오염수를 채취해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전문가가 포함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국제 검증단 활동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이 별도의 검증을 추진하는 건 자칫 국제기구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20명 규모로 꾸려질 시찰단에 민간 전문가나 취재진이 포함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지난 12일 오전 브리핑에서 "정부 대 정부,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가 끼는 부분에 대해 일본은 아직까지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차 국장급 협의에서도 정부는 민간 전문가도 포함하자는 의사를 재차 타진했지만 일본은 거절했다고 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설득하지 말고 지시하라고? 육아 멘토가 꼽은 ‘부모의 죄’ | 중앙일보
- 마스크로 초등생 눈 가린 뒤…20대 관장의 끔찍 성추행 영상 | 중앙일보
- "캐비넷에 주사기"…'필로폰 투약 혐의' 남태현·서민재 구속영장 | 중앙일보
- '녹은 슬리퍼' 없어졌다…'대프리카 핫플'에 쏟아진 비난 왜 | 중앙일보
- "돈 안 갚아 죽였다" 자수한 30대 반전…28억 빚져 계획살인 | 중앙일보
- "한국선 가격 10배" 신체 이곳까지 숨겼다...2억대 마약 들통 | 중앙일보
- 나이키 스타킹 신었다? 북한 여성 축구심판 사진 보니 '깜짝' | 중앙일보
- 주먹질에 짓밟았다…충격 장면 500개 쏟아진 어린이집 CCTV | 중앙일보
- 10억 이어 또 10억…복권 2연속 당첨 '20억 잭팟' 터진 여성 | 중앙일보
- "어미새처럼 품었는데 놓쳤다" 장윤정, 트로트가수 해수 추모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