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 이종호 장관, 시스템반도체 '비장의 카드' 내놨다

김봉수 2023. 5. 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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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기자간담회서 '차별화된 특화 인재 양성 대책' 소개
공공기관 장비 활용 학부3~4년생 설계-제작-분석 과정 신설
지난 1년간 역점 추진 과제, 성과-소회도 밝혀

우리나라의 현 반도체 격차 기술 개발의 주인공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대만 TSMC 등과의 시스템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앞설 '비장의 카드'를 내놨다. 차별화된 시스템 반도체 특화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공공연구장비를 이용해 반도체 관련 학과 3~4학년에게 설계ㆍ제작 경험을 쌓도록 하는 교육 과정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17일 오전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 기자회견장에서 이종호 장관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과기정통부 제공.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7일 오전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를 갖고 지난 임기 1년간 소신껏 추진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 차별화된 시스템 반도체 특화 인력 양성 대책을 수립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K-클라우드 육성, 한 우물 파기 연구 지원 사업 등도 연구자ㆍ전문가 출신으로 취임 후 역점을 둔 정책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 출신의 세계적 석학으로, 세계 최초로 3차원 반도체 집적 기술인 벌크핀펫 기술을 개발한 주인공이었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가 예전부터 지금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3%에 그치고 있어 전문가로서 차별화된 시스템 반도체 인재를 키워야 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에서 하는 것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니까 평행선을 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발표하겠지만 지난해부터 에트리(ETRIㆍ한국전자통신연구원)하고 2개 대학이 팀을 이뤄서 반도체 제조 장비를 제공해 학생들이 3~4학년때부터 설계ㆍ제작 및 측정ㆍ분석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만들고 있다"면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스템 반도체의 차별 전략으로 기업ㆍ대학원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클라우드 산업 육성과 관련해 지난해 말 K-클라우드 얼라이언스 결성을 거론하면서 "(관련 기관ㆍ기업들의)컨소시엄을 만들면 발전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면서 "아직 이름을 못 밝히지만 해외 유명기업에 필적할만한 우리 기술을 개발해 발전할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최장 10년간 연구를 지원하고 중복 과제도 허용하는 '한 우물 파기' 연구 지원 사업을 '소신껏' 추진한 사업으로 거론했다.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지난해 카카오 불통 사태 등 통신망 마비와 LGU+ 고객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꼽았다. 가장 보람있었던 일에 대해선 지난해 6월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을 거론했다. 그는 "통신망 마비 때 심적으로 정말 괴로웠다"면서 "누리호 발사 때는 취임 직후라 마음을 더 졸였는데 성공하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고 술회했다.

최근 이슈가 된 28GHz 5G 통신망 구축 사업권 반납 사태에 대해선 "정책 실패가 아니냐"는 질문에 "굉장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진 당시에는 정부가 혼자서 하자는 게 아니었고 업체들도 하겠다고 해서 진행됐다. 앞으로 사업자 선정이 가능한지 계속 찾아보고 또 적극적으로 발굴ㆍ육성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반도체 소재ㆍ부품ㆍ장비 업체들과의 협력을 언급한 것이 기존 소ㆍ부ㆍ장 연구개발 지원에 끼칠 영향에 대해선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태석 1차관은 이 장관 대신 답변에 나서 "소재 분야 R&D 지원 사업은 5년 단위로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 소재 쪽은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서 "상황에 따라 정책 변화는 가능하지만 기존 것은 그대로 간다"고 설명했다. 구혁채 기초원천연구정책관도 "소ㆍ부ㆍ장 사태 당시 위기가 급박했기 때문에 여러 관계부처들이 나섰지만 지금은 이슈가 해소ㆍ개선됐다"면서도 "반도체 등 여러 분야 소재들은 기본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지난달 발표한 미래 소재 100대 기술 R&D 사업에 기반해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취임 후 타 부처와의 협력 관계가 많이 개선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 부임하고 나서, 타부서와 협력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부처 간 쟁점 사항을 살펴보니 이전에는 논란이 많았는데 통일부ㆍ국가보훈처ㆍ교육부 등과 소통을 잘해 많이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기업 자율 규제 정책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선 "충분히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본다"면서도 "스스로 자율규제를 하고 이를 철저히 점검하면서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논의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17일 오전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 기자회견장에서 이종호 장관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과기정통부 제공.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우리나라의 시찰단 파견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장관은 지난 15일 소관 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오염수를 마셔도 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그런 발언은 처음 듣는다"면서 웃었다. 그는 "시찰 범위 등 세부 사항은 외교부를 통해 논의 중이며 조만간 정리가 될 것이라고 알고 있다"면서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전문가들이 가는데 세부 인원을 정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앨리슨 교수의 발언에 대해 "오염 처리 거친 물을 마셔도 괜찮다고 말한 거냐? 한국인 전문가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자 오 차관이 나서 "평소 원자력 안전성을 강조해 온 학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오 차관은 "과기정통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과정에서 안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는 진흥기관이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주로 맡아서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오는 19일 윤 대통령 방미 후 첫 개최되는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반도체지원법 상 독소조항 등이 논의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과힉기술 동맹이 더해졌다"면서 "반도체와 관련해선 산업자원부에서 맡고 있지만 (공동위에서) 한미가 반도체 분야 어떻게 협업을 할 것인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의 독과점 논란에 따른 '단말기유통법' 폐지 논란에 대해서도 직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박윤규 2차관이 나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공동 소관으로) 단도직입적으로 폐지ㆍ유지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과점 구조 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지만 3사 내 경쟁 촉진 방안도 필요하다는 게 현재까지 논의의 결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마지막으로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 디지털 발전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과학기술ㆍ디지털의 역할이 공통 분모로서 여러 부처를 연결하기 시작했다"면서 "칸막이를 낮춰서 협력을 잘해야 생산성 있게 선제적으로 리딩하는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무위원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 건의하고 있다. 최근에 생긴 국방혁신위원회에서도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위원들이 과학기술 강국을 말하고 있다"면서 "국가 미래를 준비하는 부처로서 사명감과 소명 의식을 갖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발전시켜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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