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은 슬리퍼' 없어졌다…'대프리카 핫플'에 쏟아진 비난 뭐길래
더위에 익어버린 대형 계란후라이, 녹아내린 슬리퍼와 핸드백, 휴양지 의자….
대구, 더위 상징 조형물 사라져
여름철 아프리카처럼 덥다고 해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는 대구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대구 중구 현대백화점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대구 더위를 표현한 상징물을 백화점 앞에 전시했다. 관광객은 녹아버린 의자에 앉아서 사진을 찍고, 익은 계란후라이 조형물을 흥미롭게 감상했다.
그런데 2021년부터 이런 조형물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도 5월 중순 들어 대구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등 벌써 무더위가 오고 있지만, 관련 조형물은 찾아볼 수 없다. 현대백화점 대구점(더현대 대구)은 17일 “올해 더위 상징 조형물을 전시할 계획이 없다”며 “그간 조형물이 전시된 야외광장에는 다른 즐길 거리를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전시가 중단된 건 통행 불편, 더위 조장 등 민원이 제기돼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그간 더위 조형물을 좋아해 주신 분도 많지만, ‘안 그래도 더운데 조형물을 보니 더 지친다’ ‘지역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등 비난도 있었다”며 “고민 끝에 조형물 전시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위 조형물 전시는 ‘역발상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다. 길이 2.8m, 높이 0.9m인 거대 슬리퍼가 아스팔트에 녹아내린 조형물 등이 주목받으면서 현대백화점 야외광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알려져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문제는 2017년 생겼다. 조형물이 통행 불편과 더위를 조장한다는 민원이 중구청에 접수됐다. 중구청은 현대백화점에 공문을 보내 “해당 조형물은 사전 신고·협의 없이 설치됐고, 건축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철거를 요청했다. 조형물이 설치된 공간은 백화점 소유 공개공지다. 공개공지란 연면적 5000㎡ 이상인 대형건축물 건축주가 쾌적한 환경과 보행자 통행, 시민 휴식을 위해 조성해야 하는 소규모 개방공간이다. 건축법에 따르면 공개공지에는 물건을 쌓아 놓거나 출입 차단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이후에도 민원이 이어지자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가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시민을 위한 ‘녹아내리는 휴양지’ 등 조형물을 마지막으로 전시가 중단됐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더위 관련 조형물 재전시 여부를 놓고 고민했으나 반대 의견이 많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높이 13m인 초대형 ‘월리’ 캐릭터 조형물을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아예 중단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당분간 계획이 없으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른 폭염에 20일부터 쿨링포그 가동
한편 대구시는 오는 20일부터 9월말까지 폭염 대책을 시행한다. 시는 2020년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감염 우려로 중단했던 도심 내 88곳 쿨링포그를 전면 재가동한다. 쿨링포그는 물을 안개처럼 분사해 주변 온도를 낮추는 장치다.
시는 양산 쓰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며 공공기관 청사 입구 등에 양산 무료 대여소를 운영한다. 대여소는 대구시청과 도시철도 3호선 역사, 대구은행 주요 지점 등 46곳에 마련된다.
이와 함께 1560개 경로당 냉방비 지원비를 월 10만 원에서 11만5000원으로 올린다. 취약계층 중 장애인에게는 보양식 키트를 제공하고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쿨 매트 등을 지원한다. 노숙인 100명과 쪽방 거주민 700명에게는 하루 1병(500㎖)씩 얼음 생수를 공급한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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