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간소화법 통과 눈앞에…“의료계 협조?” 실효성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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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 청구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첫 문턱을 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16일 보험사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해 청구 과정을 전산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의무화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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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기관 두고 의료계와 보험업계 의견차 여전
“실손보험 간소화 참여 않는 의료기관 처벌 조항 필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16일 보험사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해 청구 과정을 전산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의무화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보험금 청구 양식 통일 및 방법 간소화를 권고한 후 14년 만이다.
실손의료보험은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급여 항목을 제외한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다. 지난 2020년 기준 전 국민의 80%(4138만 명)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도 불린다. 현재는 보험가입자가 병원으로부터 여러 장의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환자가 병원에서 일일이 서류를 발급받지 않아도 보험사가 자동으로 실손의료보험비를 정산해 환자에게 지급하게 된다.
그동안 절차가 까다로운 탓에 소액인 경우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실손 의료보험 지속성 강화와 역할 정립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유로 서류 발급을 위한 병원 방문이 귀찮고(44%), 청구 금액이 소액(73.3%)이라는 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입자가 청구하지 않는 보험금만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실손보험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요청하면 병·의원 등 요양기관은 진료비 계산서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전산 시스템을 통해 전자적인 방식으로 전문중계기관(전송대행기관)을 통해 보험사에 전달하게 된다.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금융위원회가 고시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끝이다. 법안소위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졌고 ‘7부 능선’을 넘은 만큼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남은 과제도 있다. 중계기관 선정을 두고 의료계와 보험업계 간에 의견차가 크다. 의료계에서는 그동안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정하는 데 반대해왔다. 공공기관이 관리할 경우 비급여 진료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중계기관을 어디로 할 건지는 일단 시행령에 위임하기로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 보험계, 당국이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의료계에서 심평원에 대한 거부감이 커 아무래도 현재로써는 보험개발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시행령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으면 개정안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동안 청구가 안됐던 실손보험금 청구가 많이 들어와서 보험금이 더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하고 소비자 편의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그동안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를 추진해왔다”면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보험사 배불리기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쉬운 점은 실손보험 청구에 참여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조항이 빠졌다는 점”이라며 “의료계의 자발적인 협조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의무화’가 말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처벌조항이라던지 어느 시점까지 설치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 수도 있다는 등 세부적인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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