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아버지'도 "美대선 AI 조작 우려…국제 규제 도입해야"

이유정 2023. 5. 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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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6일(현지시간) 미 상원 법제사법위원회의 개인정보·기술·법 소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창시자인 오픈AI의 샘 알트먼(38) 최고경영자(CEO)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제사회 차원에서 AI 규제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지난해 11월 챗GPT 출시 이후 전세계적인 AI 개발 광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챗GPT를 만든 주인공이 규제 필요성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미 CNN에 따르면 알트먼 대표는 이날 오전 미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개인정보·기술·법소위에 출석해 세 시간 동안 증언했다. AI와 관련한 미 의회의 첫 청문회이자, 알트먼 대표의 첫 공개 증언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내년 미 대선에서 AI로 인한 허위 정보의 쓰나미가 예상된다”며 “유권자들에게 조작된 정보가 유포되는데 챗GPT를 비롯한 AI가 얼마나 이용될 것인가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트먼 대표는 특히 “안전한 AI 운용을 위해 미 정부와 국제 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오픈AI는 AI의 규제가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점점 더 강력해지는 AI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정부 개입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AI와 관련한 표준을 관리하는 새로운 정부 기관을 설립, 정부 표준을 어기면 AI 개발 허가를 취소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AI 안전성 테스트’를 도입하고, 새로운 AI 모델에 대해 독립적인 전문가의 감사를 받게 하자고도 했다. 알트먼 대표는 나아가 “우리는 국제적인 무언가도 필요하다”면서 “순진한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핵 물질을 감시하는)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다른 산업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함께 출석한 크리스티나 몽고메리 IBM 부사장 겸 개인정보보호 최고책임자는 “기술 자체를 규제로 통제하는 대신, 개별 사례마다 현행법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낫다”며 광범위한 규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청문회는 AI를 향한 미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이번 청문회를 주재한 리처드 블루멘솔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모두 발언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AI로 짜깁기한 ‘딥페이크 녹취록’을 틀었다. 그가 입을 다물고 있었음에도 “우리는 기술이 규제를 앞지를 때 개인정보의 제한없는 이용, 허위정보의 확산과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등과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자주 봐왔다”는 그의 목소리가 청문회장에 울려 퍼졌다. 블루멘솔 의원은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항복 선언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지지 같은 목소리도 AI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청문회에선 중국의 AI 기술 개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크리스 쿤스 의원(민주·델라웨어)은 “중국은 공산당 체제의 핵심 가치를 강화하는 AI를 만들고 있다”면서 “개방된 시장과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AI를 어떻게 촉진해야할지 우려스럽다”고 발언했다. 앞서 중국의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달 초 “AI가 생성하는 내용은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AI가 미래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란 지적에 대해 알트먼 대표는 “일자리도 영향을 분명 받을 것”이라며 “업계와 정부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문회 전날 알트먼 대표는 미 하원의원들과 만찬 자리를 갖기도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지난해 출시된 챗GPT 열풍은 동시에 AI로 인한 ‘가짜뉴스주의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온라인상의 정보를 학습하는 대형 언어 모델(LLM) AI의 특성상 개인 정보 무단 수집과 정보 편향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AI에 대한 포괄적 규제법을 마련 중이다. EU의 AI 규제법 초안에는 공공장소의 얼굴 인식과 같은 생체 정보 활용 AI 기술을 정부가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유럽의회는 AI 규제법을 연말까지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미 상무부 산하 국가통신정보관리청(NTIA)이 AI 규제를 업계 자율에 맡길 것인지, 연방 차원의 규제가 필요한지에 관해 학계와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AI 규제는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6일 “이번 G7에서 AI 활용에 관한 국제 규범을 만들고자 한다”며 ‘히로시마 AI 프로세스’ 구상을 밝혔다. 지난달 열린 G7 기술 장관회의에서 각국은 법의 지배, 민주주의, 인권 등 5가지 AI 운용 원칙에 합의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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