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아우슈비츠 수용소서 외모 치장”?…K드라마, 자꾸 왜 이래
검열 허술한 제작진의 행태 비난
ENA 수목드라마 '보라! 데보라'가 외모 관리의 중요성을 아우슈비츠 수용소 일화로 비유해 도마 위에 올랐다. 타 나라 문화· 역사에 대한 왜곡, 차별적 발언, 묘사로 지탄 받는 한국 작품이 잇따라 등장하며 철저한 검열과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보라! 데보라'의 경솔한 대사가 한국 작품의 위상을 또 한 번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극중 데보라(유인나 분)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는 자기 배설물 위에 누워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한 컵의 물을 받아서 반만 마시고 나머지 반으로는 세수를 했다. 유리 조각으로 식판 뒤 얼굴을 보면서 면도도 했다. 그리고 살아남았다. 외모를 가꾸고 치장하는 건 생존의 문제다. 솔로로서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냐"라는 대사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이수혁(윤현민 분)이 "독서에 재미 좀 붙이셨나 보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맞죠”라고 묻자 데보라는 "잡지에서 본 거다. 왁싱에 관한 기사였다"라고 대답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학살이 자행된 곳으로 이를 외모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위한 예시로 언급된 것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많은 역사 학자들은 유대인들이 아우슈비츠에서 수용소에서 독일인에게 학살 당하는 와중에도 존엄성을 지키기 위했던 행동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윤현민이 언급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이런 유대인들의 행동은, 안색이 좋지 않으면 가스실로 끌려가 죽음을 당하기 때문에 최대한 혈색이 좋아 보이게 만드는 방법이었다고 언급한다. 빅터 프랭클 작가는 일할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생사의 엇갈림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잃지 않고 인간 존엄성의 승리를 보여준 프랭클 박사의 자전적 체험 수기다.
'보라! 데보라'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동시에 넷플릭스에서도 전 세계로 스트리밍 되고 있다. 해외 팬들 역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학살 당한 유대인들의 행동을 자기 입맛대로 가볍게 곡해한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국내 시청자들 역시 분노했다. 특히 수용소에서 학살 당한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의 상처와 아픔을 왜곡했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를 검수하지 않고 방영까지 한 것에 대한 제작진의 책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보라! 데보라' 측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 작품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자체는 업계에서 이에 대해 여전히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제 타 문화나 역사에 대한 이해, 고려, 배려는 윤리 문제를 떠나서 문화 산업의 생존과 연결된다.
지난해 방송한 tvN '작은 아씨들'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역사를 왜곡하고 국가를 모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지 언론법과 영화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상영이 중단된 바 있다.
이에 정서경 작가는 "돈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베트남 전쟁을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이 전쟁으로) 외화를 벌었고, 경제 부흥을 시작한 시점이라, 그런 맥락에서 베트남 전쟁에서 다뤘는데 현지에 대한 관점이 부족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세심하게 살펴야겠다"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은 극의 제목이자 배경이 된 남미 국가 수리남 정부의 비판을 받았다. 수리남을 마약과 부패가 판치는 국가로 묘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내 드라마 제작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내수용에 머물지 않는 상황에서 철저한 검토 필요하다는 지적 속에 '보라 데보라!'의 이번 논란은 세계의 관심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K콘텐츠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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