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캠퍼스' 코로나 학번…기업 채용때 학점보다 '이것' 본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 A사의 인사팀장인 B씨는 이른바 ‘코로나 학번’ 채용 문제로 고민이 많다. 모니터를 보고 하는 온라인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일부 지원자가 대면 면접에서는 크게 당황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전혀 다른 행태가 나타나서다. 그는 “이 사람과 함께 일하면 어떨지를 보는 게 면접인데,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습이 너무 달라서 불합격하는 지원자가 꽤 있다”며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커뮤니케이션할 때 어떻게 해야 좋은 인상을 주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수한 신입사원을 뽑고 싶은 기업의 판단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코로나 학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수업‧동아리‧인턴 등 대면 활동에 지장을 겪은 세대다. 주로 2019~2022년 대학 입학생이지만, 넓게 보면 2016~2018년 입학생들도 입대와 휴학 등 이유로 비대면 학교생활을 경험했다. 이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진출한다.
17일 취업포털 인크루트 등에 따르면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코로나 학번인 지원자 중에 우수한 인재를 어떻게 선발할지, 회사 적응을 도울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부심하고 있다. 인크루트가 국내 인사담당자 442명에게 한 설문에서 절반 이상(53.8%)은 ‘코로나 학번의 취업시장 진출에 관해 부정적인 고민을 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인사담당자는 특히 코로나 학번이 다른 세대보다 사회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모두 그렇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사회경험과 대외활동이 부족하고, 대면 소통을 낯설어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인 고민을 해봤다는 응답자(복수응답)의 65.6%가 ‘조직 내 융화와 적응’을 걱정했다. ‘협업‧팀워크 우려(52.7%)’와 ‘세대 간 갈등 심화 우려(32.8%)’도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 중견기업의 장경록 인사팀장은 “일을 배워야 할 신입사원에게는 소통과 협동 등 조직 적응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코로나 이전보다 서류 전형 합격자 수를 늘렸다”고 했다. 가능한 많은 인원을 면접에서 직접 만나, 지원자의 친화력 있는 태도를 보겠다는 취지다.
이는 인사담당자가 코로나 학번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 ‘사회경험’(60.4%)을 압도적으로 많이 꼽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사회경험이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 절반 이상(53.4%)은 ‘사회경험이 지원직무와 연관성이 떨어져도 괜찮다’고 했다. 정연우 인크루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은 “사회경험 그 자체가 스펙이기도 하지만, 기업이 정말 보고 싶은 건 지원자가 조직의 구성원으로 협업할 준비가 돼 있느냐다”라며 "특히 최근에는 기업들이 지원자들의 책임감과 적응력 등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대학 성적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기도 여의치 않다. 코로나 시기에 비교적 쉽게 좋은 학점을 받는 이른바 ‘학점 인플레이션’이 있어서다. ‘학점 인플레이션 때문에 변별력이 사라졌다’고 답한 인사담당자가 90.3%에 달했다. 코로나 학번에 대한 부정적 고민을 해본 인사담당자 3명 중 1명(33.2%)은 코로나 학번의 ‘전공 지식 부족’을 걱정했다. 대학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최성욱 서강대 취업지원팀 차장은 “몇 년 전부터 기업들은 ‘학점이 높다고 일을 잘할 것이냐’ 하는 의문이 있었다”며 “이 생각을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당사자인 코로나 학번도 입사에서 행여 손해가 있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적잖다. 20학번인 이단비(24)씨는 “코로나 때문에 축제나 MT·대외활동 등 대면 활동을 많이 못했다”며 “코로나 학번은 학점이 다들 좋아서 학점으로 경쟁력을 갖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학번을 이미 신입사원으로 채용한 기업은 인사관리에 코로나 학번의 특성을 고려하고 있다. A사는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입사원들에게 익숙한 온라인 환경에서 개인별로 맞춤화된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또다른 중견기업 인사팀장인 박재철씨는 “신입사원에게 중요한 건 인적 네트워크다. 이들에게 교육·상담을 해주고 사내 모임도 장려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일부 신입사원이 부서 상급자, 심지어는 임원에게까지 바로 메시지를 보내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며 “대면 교류를 늘려 신입사원과 기성세대가 서로 이해할 계기를 많이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연우 팀장은 “기업들은 인재상에 맞고 적응력이 있는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인성·적성 검사, 인공지능(AI) 검사 등 관련 시스템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라며, “지원자는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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