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한 달 반 만에…최원준의 '무승' 불운이 끝났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최원준(29)은 얼마 전까지 "나는 에이스가 아니다. 우리 팀 선발투수 중 나만 승리가 없다"며 짐짓 고개를 숙였다. "후배들이 정말 잘 던지고 있다. 이러다 선발진에서 내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개막 후 한 달 반 만에 '무승'의 불운을 털어냈다.
최원준은 지난 16일 고척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앞선 6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만 안았던 그가 올 시즌 7번째 등판 만에 처음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두산의 동료들은 오매불망 기다리던 최원준의 시즌 첫 승을 당사자보다 더 반겼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최원준을 향해 다양한 방식으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날 선제 결승 홈런을 친 양석환은 "내 홈런보다 원준이의 승리가 더 기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승엽 감독도 "최원준이 그동안 잘 던지고도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며 "드디어 승리 투수가 돼 기쁘다"고 박수를 보냈다.
최원준은 지난 3년간 두산 국내 선발진의 기둥이었다. 2020년 처음으로 10승 고지를 밟은 뒤 2021년 12승 4패,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다만 지난 시즌부터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해 3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지만, 8승(13패)을 올린 게 전부다.
올 시즌은 더하다. 득점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시즌 첫 등판인 지난달 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7이닝 2실점 하고도 첫 패전을 떠안았다. 지난달 18일 한화 이글스전(7이닝 무실점)과 23일 KT 위즈전(6이닝 1실점)에선 승패 없이 물러났다. 지난 10일 롯데전 역시 7이닝을 3실점으로 막았는데 패전 투수가 됐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니 타자들의 부담도 커졌다. 포수 양의지는 최원준과 호흡을 맞추는 날이면 미트 색을 바꾸거나 토시를 바꿔 끼며 '징크스 탈출'을 기원했다. 다른 타자들도 "점수를 못 내서 미안하다"며 수시로 최원준의 어깨를 토닥였다.
최원준은 "형들이 너무 미안해하니, 오히려 내가 너무 부담을 주고 조급하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해졌다"며 "의지 형이 밥도 사주고 '첫 승만 하면 잘 풀릴 거다'라고 위로해줘서 무승 기간이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웃어 보였다.
최원준은 KT 고영표와 함께 KBO리그 사이드암 선발투수의 양 축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23일 잠실구장에서 고영표와 선발투수로 맞붙어 명품 투수전도 펼쳤다. 때마침 역대 사이드암 최다승(152승) 투수인 이강철 KT 감독이 이 장면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봤다.
최원준은 "사이드암 선발투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영표 형과 '우리가 잘하자'는 얘기를 자주 나눈다. 그래도 이강철 감독님만큼 많은 승을 올리긴 어려울 것 같다"고 웃으면서 "나와 영표 형 모두 잘해서 다른 사이드암 후배들이 더 인정받고, 선발투수로 더 많이 활약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팀에 대한 책임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팀 후배 최승용은 "선발 경험이 많은 최원준 선배님이 조언을 많이 해준다. 정신적인 면에서 특히 큰 도움을 받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최원준은 "이제는 나이도 있으니, 내 개인 성적보다 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부상 중인 후배) 곽빈이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고, 우리 팀 선수들과 꼭 올해 가을야구 마지막 날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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