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세 플랫폼을 통한 보다 편리한 모금 방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한해 평균 14조원 규모의 기부가 이루어지는 나라이다. 개인기부는 약 9조원 가량이 이루어진다. 1인당 100만원이 훌쩍 넘는 액수로,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기부 규모이다. 이렇게 많은 기부가 이루어지는 것에는 아직도 이웃을 돌보는 마음이 살아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부하기가 편리한 환경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기부하기 쉬운 온라인 환경을 통해 기부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는 물론 세제 혜택이나 후속 관리가 간편하게 처리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포털을 통한 쉬운 기부
온라인 기부가 이뤄지는 대표적인 곳이 두 국내 포털이 이끄는 플랫폼이다. 네이버 해피빈과 카카오 같이가치이다. 이곳을 통해 다양한 국내외 모금함이 열려 있다. 공신력 있는 NPO등을 선정해 이들이 자유롭게 모금함을 열 수 있고, 이곳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한다. 여기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가 명확해야 한다. 또한 기부 이후 기부자에게 사후 보고를 의무화하고 기부 결과를 자세히 기부자와 공유한다. 기부 플랫폼에서도 이러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노출된다. 기부자들의 기부 효능감을 유지하고 재기부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데에는 이러한 투명한 시스템이 동력이 된다.
무엇보다 간편하게 기부를 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기부의 규모를 늘리는 핵심 요인이다. 절차가 번거롭거나 여러 번의 클릭을 해야하고 기부자 정보등 사전 기입 작업이 많다면 중간에 기부를 포기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곳 모두 단 세 번의 클릭으로 기부가 이루어진다. 자기가 원하는 지정기부함을 열 때 한번, 금액을 정할 때 한번, 그리고 기부 완료 버튼이다. 정기기부 선택이나 나머지 추가 정보는 개인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현대 사회에서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생산성 수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지표이다. 국내외 이커머스 시장 역시 고객들의 온라인 소비 활동에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이유이다. 기부 시장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특히 이러한 간편하고 빠른 기부는 긴급 모금이 필요한 곳에 더욱 유용하다. 산불이나 재해 등이 났을 때 시간이 생명이다. 손쉬운 기부 플랫폼은 빠르게 지정기부함을 열고 간편하게 기부 금액을 모은다. 쉽고 편리하기에 긴급 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후원금도 간편한 플랫폼 기부
또 다른 사례는 정치후원금이다. 이 역시 손쉽고 간편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토스와 도너스를 통한 정치후원금 기부이다. 그 동안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려면 각 의원실이나 정당 후원회에 직접 연락하거나 별도의 입금 계좌에 입금해야 했다. 즉 후원자가 스스로 찾는 행위를 통해 기부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소액후원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이다. 그러나 토스는 앱 하단에 정치후원금 보내기 메뉴를 만들어 사람들이 원하는 정치인에게 손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메뉴에 들어가 기부 할 곳을 선택하고 기부 금액을 입력한뒤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위한 정보만을 입력하면 된다. 이렇게 간편한 시스템으로 인해 정치 후원금이 보다 빠르게 모이고 더 많은 이들의 후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후원회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연말 정산시 기부금 세액공제를 위해 후원자의 개인정보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정적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있는 것이다.
모금 플랫폼 도너스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정치인 전용 모금 플랫폼’을 개설해 운용했다. 일종의 정치인 지정기부함인 것이다. 이를 통해 그간 유권자들이 몰랐던 정치인의 장점을 소개하고 어떤 공약에 어떻게 기부금이 쓰이는지가 명확하게 공개됐다. 이러한 도너스의 후원금 모금 패키지는 그간 비효율적이었던 정치기부금 관행을 크게 개선했다. 특히 후원이 절실한 젊은 정치인들에게 무척 유용했다. 2030유권자가 이질감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후보자는 개인의 스토리를 담은 후원 모금 페이지를 만들었고 이에 실시간 달성율을 공개했다. 후원 참여가 더욱 용이해 졌고 후원자 정보가 연동 되어 이후 세액공제을 위한 정치자금 영수증 신청도 더욱 간편하게 처리됐다.
아직도 불편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방식
이러한 사례가 있음에도 유독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방식은 여전히 불편하다. 우선 행정안전부에서 만든 ‘고향사랑e음’만을 활용해 모금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자체에 직접 기부하지 않는 한 다른 온라인 플랫폼은 개설조차 불가능하다. 행정안전부에 제재 때문이다. 고향사랑e음의 복잡하고 많은 기부 절차는 상당히 까다로워 기부자 접근성을 현저하게 떨어트리는 요인이라 지적받고 있다. 도너스에서 진행한 정치후원금 모금처럼 스토리텔링 역시 되어 있지 않다. 기부자가 지역의 이슈를 확인하고 지역에 필요한 곳에 기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이러한 지정기부함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토록 불편하고 불친절한 환경에서 많은 기부가 이루어질 일은 만무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된 정책이다. 그러나 그 기대에 현저히 못 미치는 초라한 기부 성적으로 기부자들의 관심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손쉽고 편리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만이 유일한 대안임을 알아야 한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philkwon@mok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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