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3명 지체장애 2명…한국신기록 든 '돌고래역도단'
"장애라는 말 잊어버릴 수 있어 행복"
한 장애인역도단이 전국 대회에서 한국신기록 6개를 수립해 화제다. 주인공은 울산 동구 소속 ‘돌고래역도단’이다. 돌고래역도단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제11회 경기도지사기 전국장애인역도대회에서 금메달 14개,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또 4개 종목에서 장애인 역도 한국신기록을 6개 만들었다.
돌고래역도단은 지능지수(IQ) 70점 이하인 지적장애 남성 선수 3명과 지체장애 남녀 선수 각 1명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됐다. 한국신기록은 지적장애가 있는 -92㎏(85~92㎏)급 강원호(26)선수와 -110㎏(100~110㎏)급 김형락(27)선수가 작성했다.
강 선수는 스쿼트(squat)와 데드리프트(deadlift) 종목에서 각각 장애인 한국신기록 260㎏을 1㎏씩 넘겨 들었다. 김 선수 역시 같은 종목에서 각각 인천지역 선수가 가진 한국신기록(스쿼트 255㎏, 데드리프트 265㎏)보다 10㎏씩을 더 들어 올렸다. 특히 김 선수는 대회 남자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 장애를 운동으로 극복하고 값진 결실을 보았다.
돌고래역도단 유일한 여성 선수인 지체장애 김현숙(28) 선수는 '벤치프레스'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눈길을 끌었다. 어릴 때부터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김 선수는 아버지와 둘이 보호사 도움으로 살고 있다. 김 선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 감독님 권유로 역기를 들기 시작했다"며 "땀을 흘리면서 운동을 하는 중엔 장애라는 말을 잊어버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황희동 감독은 "돌고래역도단 선수들은 10년에서 15년씩 역기를 들어 올린 선수들"이라며 "장애라는 어려움에다 힘든 경제적인 상황을 이겨낸 승리자"라고 전했다.
이들은 일반 실업팀 역도단과 같은 수준으로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선수 5명은 개별 훈련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울산시내 한 작은 체육관에서 역기를 들어 올린다. 동구는 훈련 중 점심을 제공한다.
동구 관계자는 "몸이 불편하다고 훈련을 빼먹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선수는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돌고래역도단처럼 장애인 선수로만 이뤄진 역도단은 전국 지자체 산하 13개팀, 80여명이 있다. 하지만 한국신기록에 더해 전국 대회에서 한 번에 금메달 14개를 휩쓴 사례는 이례적인 것이라고 한다.
울산에선 '전국장애인학생체전' 진행중
한편 울산에선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제17회 전국장애학생체전이 열린다. 울산종합운동장 등 17개 경기장에서 선수와 임원 3500여 명이 경쟁한다. 10대 선수가 수영·배구·농구·탁구 등 15개 공식 종목과 쇼다운(매끈한 테이블 위에 공을 올려두고, 라켓으로 상대편에 공을 쳐 보내는 게임) 등 2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룬다. 자원봉사자 1000여 명이 선수를 돕고 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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