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임성재와 고진영이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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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은 늘 한 편의 드라마다.
여기서 승기를 잡아채 흐름을 장악한 임성재는 13번 홀과 18번 홀에서 버디를 하며 극적으로 우승했다.
고진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임성재가 (한국에서) 5타 뒤진 상황에서 역전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나도 잘한다면 우승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샷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고진영 임성재 선수는 겸손도 실력의 한 요소라는 것을 새삼 깨우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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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은 늘 한 편의 드라마다. 특히 막판 대역전극은 흥분을 배가시킨다. 정점에서 상대를 꺾는 순간 소리는 커진다. 지켜보는 이도, 당사자도 그때만큼은 세상의 주인이다. 그래서 승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최근 가장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보여준 이는 골프선수 임성재다.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4위로 4라운드에 들어갈 때만 해도 그가 1타차 역전 우승을 할 것이라고 내다 본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 14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마지막 날 4라운드. 승패의 추가 기운 것은 후반 파 5, 12번 홀에서였다. 240m를 남겨놓고 러프에서 3번 우드로 날린 샷이 홀컵 3m에 붙었다. 결과는 이글. 여기서 승기를 잡아채 흐름을 장악한 임성재는 13번 홀과 18번 홀에서 버디를 하며 극적으로 우승했다. 2019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이어 KPGA 코리안투어 2승을 기록했다. 상금 3억원은 덤이었다.
임성재는 “12번 홀 이글이 우승 원동력이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현장에 있던 1만2천여 갤러리들은 임성재의 집중력과 강한 정신력, 뛰어난 위기관리에 탄성을 토해냈다. 구름처럼 모인 갤러리들은 아마 ‘이런 게 드라마구나’ 하고 느꼈을 것 같다.
이날 현장에는 없었지만, 방송을 보며 짜릿한 대역전극에 감동을 한 한 사람이 있었다. 세계 랭킹 3위 고진영 선수였다. 임성재의 에너지는 다음 날 고진영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고진영은 15일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했다. 역시 드라마 같은 대역전승이었다. 선두에게 4타 뒤진 공동 4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고진영은 연장 첫 홀에서 파를 잡으며 승리했다.
고진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임성재가 (한국에서) 5타 뒤진 상황에서 역전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나도 잘한다면 우승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샷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임성재 효과'에 힘을 얻었다는 얘기였다.
말은 쉽지만 참으로 어려운 것이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다. 임성재는 “첫날부터 시차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나흘 동안 정신력으로 버텼다”고, 고진영은 “지난 사흘간 피곤했기 때문에 우승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해냈다. 그것도 멋진 역전 드라마를 보여줬다. 이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현실을 합리화하는 게 일상이 된 사람들에게 죽비를 내리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인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강렬하게 보여줬다.
자세도 깊은 인상을 줬다. 임성재는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을 1주일 앞두고 시차가 13시간에 달하는 한국 대회에 참가했다. 서브 스폰서가 연 대회임을 고려해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고진영은 “내가 이민지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다”며 자신을 낮췄다. 고진영 임성재 선수는 겸손도 실력의 한 요소라는 것을 새삼 깨우쳐줬다.
두 선수의 활약을 보며 자신을 되돌아봤다. 스스로 물었다. '중꺾마를 단어로만 아는 것 아냐? 네가 진정 중꺾마를 인식하고 있긴 한 거야?' 아직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이 보여준 활약이 촉매제가 돼 한국 골프의 새 전성기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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