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간호법 갈등 뒷짐 진 복지부

이관주 2023. 5. 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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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분12초'.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재의요구(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16일 오후 2시30분 보건복지부 브리핑이 열렸다.

간호법은 정부·여당이 줄곧 강조했듯 보건의료 직역 간 첨예한 갈등을 야기했다.

간호법 사태에 복지부는 중재력을 보이지 못하며 직역 갈등 확산에 한몫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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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분12초’.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재의요구(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16일 오후 2시30분 보건복지부 브리핑이 열렸다. 앞으로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에 대해 4분가량 설명하던 조규홍 장관은 사전질의 2개에 답을 한 뒤 시작 6분여 만에 자리를 떴다. 이후 브리핑은 실무 책임자인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진행했다. 이번 브리핑이 총 28분가량 이뤄졌으니 조 장관이 직접 참석한 시간 비율을 따지면 20%에 그친 셈이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고려대안암병원에서 PA(Physician Assistant)간호사들을 만나 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간호법 관련 행보이고 서두른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소관부처 장관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답변하는 것은 무게감에서 차이가 크다. 간호법은 정부·여당이 줄곧 강조했듯 보건의료 직역 간 첨예한 갈등을 야기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민적 관심을 끈 사안이 됐다. 그렇다면 이번 브리핑은 쪼개진 보건의료계를 봉합할 메시지와 구체적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돼야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간호법안 관련 국무회의 의결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정책 방향 설명에서도 조 장관은 새로운 의료·요양·돌봄 시스템 구축과 필수의료 강화를 먼저 앞세웠다.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간호사 처우개선은 세 번째였다. 일찍 자리를 뜬 장관, 거부권 행사에도 3순위로 제시한 간호사 처우개선은 복지부가 간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간호법이 야당의 ‘입법독주’로 진행된 점, 간호계가 당정 중재를 거부한 점 등을 고려해도 소관부처는 정책 파트너로서 간호사들과의 대화와 설득 노력을 지속했어야 한다.

복지부가 마련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은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처우개선의 핵심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감소에 있다. 이는 병원이 그만큼 많은 간호사를 채용해야 가능한데, 정작 구체적 계획이나 재정지원 방안은 빠졌다. 이럴 거면 종합대책이 아닌 ‘선언’ 또는 ‘계획’으로 명명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책을 착실히 이행하겠다" "100년 동안 환자의 곁을 지켜온 간호사들이 앞으로도 환자의 곁을 계속 지켜 주실 것"이라는 조 장관의 말에 간호계가 허탈함을 느끼는 이유다. 간호법 사태에 복지부는 중재력을 보이지 못하며 직역 갈등 확산에 한몫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복지부가 과연 쪼개진 보건의료계를 봉합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회의감이 먼저 든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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