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문재인'을 공부하실까요?

강찬호 2023. 5. 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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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

[강찬호 기자]

 <문재인입니다> 영화 공식 포스터
ⓒ (유)엠프로젝트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를 관람했다. 인간 문재인을 더 알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기 전 내가 본 인간 '문재인'은 대략 이랬다. 여기서 '본'이란 의미는 직감적으로 느낀 것, 그동안 비친 언론을 통해 보인 모습들을 대략 버무려서 파악한 모습이라고 보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하다. 여기에는 다소 나의 기대감, 호의도 있다.

사실, 나의 스타일은 이렇다.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놓고 호불호는 드러내지 않았다. 내 주변에서는 누구나 응원하고 지켜보는 이여서 굳이 나까지 대놓고 '지르는 것'이 조금은 멋쩍었다. 이미 그는 노사모라고 하는 강한 팬덤과 팬클럽이 있었고, 그들의 존재감이 곳곳에서 상당했기에, 나는 살짝 거리 두기를 했다. 그것이 더 건강하다고 당시에는 생각했다.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을 때는 누구나처럼 비통한 마음으로 서울 시청 앞 노제를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을 잃은 시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 문재인'을 정치로 호출했다. 그때까지 내게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은 '점잖아 보이는 사람, 젠틀해 보이는 사람, 착하게 보이는 사람'으로 비쳤다. 나처럼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치판 혹은 정치인에 대해 갖는 사람들의 편견, 시선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친구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그에 대한 책임 또는 부채감, 그리고 부당한 현실 등에 떠밀러 정치에 나섰을 것이다. 이는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거나 미루어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후, 나는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미뤄두었던 노골적인(?) 지지를 사석에서 드러내곤 했다. 소위 나는 자칭 '문빠'가 되었다. 공개적으로 혹은 어느 클럽에 가입하거나 동조하는 것이 아닌, 조용한 나만의 '지지 내지 티 내기'였다. 정확하게는 술자리 같은 데서 '나 문빠야' 정도로 티를 내는 것이었다. 노무현 때야 굳이 그럴 틈도 주지 않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조금 안쓰럽다'는 느낌이 있었다. 비서실장을 하면서 이빨이 빠질 정도로 일했다는 그의 성실함을 글로 보면서, 더욱 그랬다.

대선에서 한 번 패하고, 재도전해서 촛불 대통령이 되었을 때 정말 기뻤다. 대한민국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 삶의 자리에서 열심히 응원했다. 어떤 카리스마도 있어 보였고, 든든한 느낌도 있었다. 내 주변 지인들도 그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좋아했다. 물론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도 있기는 했지만, 촛불혁명을 통해 폭넓게 지지를 받은 경우여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혹여 비판적인 입장이더라도 말을 아끼곤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지지를 받은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은 단순하게 보면 두 갈래였을 것이다. 즉 촛불민심을 해석하고 수용하는 두 갈래길 말이다. 하나는 적극적인 정의 실현과 개혁 추진이다. 소위 '진보의 길'이다. 다른 하나는 다양한 민심의 요구를 폭넓게 수용하며 조율해 가는 길로서, 이 경우는 매우 신중한 행보, 조심스러운 행보의 길이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전자의 입장을 지지했다. 과감하게 개혁해서 대한민국을 확 바꿔 놓는 것 말이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출신이었고, 점잖은 가운데 카리스마를 갖는 리더십의 소유자로 보였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앞세운 리더였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옆에서 노무현의 리더십을 지원하였고, 또 지켜본 사람이었다. 노무현과는 '결(스타일)'이 다른 사람이기도 했고, 정권의 끝을 보면서 '조심할 것, 신중할 것'을 판단했을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단 한 차례 다녀갔다. 그때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서, 찾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성공한 대통령'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여러 해석의 여지가 열려있다. 당연히 그 안에는 정권을 연장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정권 연장을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연장은 실패했다. 매우 뼈 아픈 부분이 되었다. 다행히 퇴임 때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고, 다른 대통령들처럼 불미스럽지도 않았다. 정권을 놓친 것에 대해서는 너무도 아프고, 다양한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조금 길었고 장황했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대략 이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물론 영화를 본 이후 작성한 글이므로 덧붙여진 생각들도 있을 것이다.

영화가 보여준 '문재인의 현재'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 스틸 이미지
ⓒ (유)엠프로젝트
 
영화에 대한 짧은 평은 이렇다. 영화는 문재인의 현재를 다룬다. 평산마을 사저에서 텃밭, 정원을 가꾸는 일상을 다룬다. 퇴임 후 시간을 보내는 전 대통령을 향해 소위 태극기 부대로 보이는 극성 보수우파 사람들은 고성과 욕설로 대응한다. 그곳은 연일 매우 시끄럽고 소란스럽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묵묵히 그리고 정성스럽게 텃밭과 화단을 조성하며 꽃과 나무를 가꾼다. 반려견들도 정성스럽게 대한다. 알려진 대로다. 인간 문재인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가 어떻게 생명을 가진 존재들을 대하는지를 볼 수 있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종교인의 깊이마저도 느껴질 정도이다. 실제 그는 가톨릭 신자이고 미사를 드리는 장면이 나온다. 부산에서 인권 변호사로 일하면서 의뢰인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언급도 있다. 인내와 경청을 통한 의뢰인(사람)에 대한 존중이었다. 그 외에도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에 대한 엄격한 경계 긋기 등등에 대한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대통령으로 일하는 문재인은 어땠을까. 함께 일했던 이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들의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문재인이 언급된다. 대통령이라고 하는 '공직'의 최정점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으로 소개된다. 결단력과 카리스마, 경청과 인내, 권력관계 보다도 수평적(민주적)인 리더십 등등 여러 언급이 있다. 국익을 우선하는 외교력, 공직자들에게는 엄격함을 국민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는 주변의 증언을 통해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성품과 리더십을 보여준다.

정치인(가)으로서 문재인은 어땠을까. 예상했던 대로 그는 정치인의 길로 나설 생각이 본래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주변에서 너무나 간곡하게 요청했기 때문에 나선 길이었다. 몸에 안 맞는 정치인의 길을 걷기 위해 애를 쓰는 '정치인 문재인'의 모습이 드러나고, 그에 대한 평가들이 인터뷰로 소개된다. 정치인이 되기 위한 연습(노력)과, 과연 그가 막중한 정치가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교차한다. 마침내 그는 대통령이 되었고, 무사히 임기를 마무리했다.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에 평산마을책방이 문을 열었다.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 양산 시골 마을에서 '책방 주인'이 되었다. 책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만나자고 '권유'하고 있다. 친구 노무현과 함께 이루고자 했던 세상, 그가 대통령이 되어 이루고자 했던 세상, 그리고 퇴임 이후 고향에서 이루고자 했던 세상들을 그는 몸소 살아가고 있다.

자연과 함께 머물면서 함께 책을 읽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그는 꿈꾸고 있다. 기후위기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자연과 생태적 삶을 살고, 함께 공존하는 것 말고 무엇이 있을까. 책 속에서 인류의 길을 찾고 지혜를 찾아가며 인권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함께 써가는 길 말고 무엇이 있을까.

책방 주인 문재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가 믿어주었던 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어 자신을 겨눈다. 배신도 이런 배신은 없다. 사사건건, 전임 대통령인 '문재인 탓'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무슨 '인내'를 하고 있을까. 문재인은 늘 인내하면서 믿고 기다려주곤 했다. 길 잃은 어린양을 기다려주는 것은 성경에서 가르치는 지혜이다. 기다려줄 때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의 길이다. 사람이 없는 권력의 길이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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