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스킨앤스킨, 옵티머스 180억대 손배소 패소

코스닥 상장사 스킨앤스킨이 “회사 자금을 빼돌려 펀드 환매 중단을 막는 데 활용했다”며 주식회사 옵티머스를 상대로 180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스킨앤스킨 입장에서도 관련 불법행위를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자체적인 과실 때문에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봤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정찬우 부장판사)는 스킨앤스킨이 옵티머스 법인 등을 상대로 낸 180억7000여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일당은 2020년 6월 스킨앤스킨 자금 150억원을 마스크 유통사업에 사용할 것처럼 빼돌린 뒤 마스크 구매 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스킨앤스킨 이사회를 속였다. 빼낸 돈은 옵티머스의 관계사인 마스크 도소매 업체로 들어가 대부분 옵티머스의 펀드 환매 중단을 막는 데 사용됐다. 당시 김 대표는 스킨앤스킨과 마스크 도소매 업체 각사의 최대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스킨앤스킨은 “횡령금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며 김 대표의 사용자인 옵티머스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해 8월 파산 선고를 받은 옵티머스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 측을 상대로는 청구금액을 파산채권으로 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옵티머스 등은 “김 대표 개인의 불법행위일 뿐”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우선 “횡령 범행 자체는 김 대표 개인의 일탈이지만, 이는 옵티머스의 업무 집행과 관련된 것”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옵티머스가 150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스킨앤스킨은 옵티머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스킨앤스킨의 실질적인 경영권은 김 대표 측이 보유하고 있었다. 스킨앤스킨의 앞선 대표가 마스크 대금을 미리 주는 것을 계속 반대하자 김 대표 등은 대표를 측근 A씨로 바꿔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스킨앤스킨 대표로서 범행을 알고 있었고, 나아가 이를 적극적으로 공모했다”고 말했다.

스킨앤스킨으로서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마스크 대금 거래가 옵티머스의 업무상 집행에 관한 것이 아닌, 김 대표 등의 불법행위란 점을 알 수 있었다는 취지다.

한편 올해 초 법원은 스킨앤스킨이 김 대표와 옵티머스 2대 주주, 옵티머스 이사, 유현권 전 스킨앤스킨 고문 등 6명을 상대로 낸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선 “김 대표 등이 공동으로 10억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옵티머스 사태’는 2020년 6월 옵티머스가 운용하던 사모펀드의 환매가 잇따라 중단되면서 불거졌다. ‘안정된 자산인 공공기관 발주 매출채권을 싸게 사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하겠다’는 홍보 내용과 달리 김 대표 등은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사모사채를 매입했다. 또한 투자금을 앞순위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대금으로 돌려막거나, 부동산 투자 및 상장사 인수 등에 불법적으로 사용했다. 이런 식으로 끌어모은 투자금은 총 1조5952억원에 달했고, 여기서 약 5100억원이 투자자들에게 상환되지 못했다. 김 대표는 대법원에서 징역 40년을 확정받았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