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복지·분배 의지, 성장 지상주의 분야로 확대되나
경쟁·효율 중심 분야 성장·분배 조화 암시
체질 개선 시급한 K-콘텐츠 문제의식 내비쳐
백조는 호수 위에서 우아하게 노닌다. 물 밑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물갈퀴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부상한 K-컬처 저변에도 문화 관료들의 피땀이 숨어 있다. 대대적인 정책금융 지원과 예비창업자·스타트업·벤처 육성으로 K-콘텐츠를 수출 지형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유도한다. 올해 수출액 목표는 150억 달러. 꾸준한 뒷받침으로 2027년 220억 달러를 노린다.
성장 지상주의는 집약적 발전의 뿌리가 됐으나 다양한 후유증을 낳았다. 지난달 정부가 방미 성과로 내세운 넷플릭스의 25억 달러 투자가 대표적 예다. 이면에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넷플릭스는 여전히 국내 영화·드라마의 지식재산권(IP)을 독점하다시피 한다. 매년 매출이 늘어도 세금으로 약 30억 원만 납부하고, 망 사용료는 아예 내기를 거부한다.
열악한 창작 환경도 개선되지 않았다. 웹툰의 경우 K-콘텐츠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으나 대다수 작가가 수익 분배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매출 상당액을 유통 플랫폼과 하청 업체 격인 제작사가 수수료 등 각종 명목으로 떼간다. IP를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일상은 장시간 노동의 연속이다. 1주일에 평균 60~70시간 컴퓨터 앞에서 씨름한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성장과 복지·분배 조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난 1년 동안 모임에서 가장 많이 마주한 대상이 장애인이다. 문화예술위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사로 추천했고, 오는 9월 전용 표준 공연장도 마련한다. 그는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연말에도 장애인 모임에 참석해 세 시간 동안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며 "현장 목소리를 바탕으로 최근 수화 발전을 위한 지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내실 도모를 위한 움직임은 청년 세대와의 동행에서도 나타난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문화예술, 콘텐츠, 관광, 체육 등 문체부 소관 정책 현장에서 활동하는 만 39세 이하 청년들로 '2030 자문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각자가 활동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청년 시각에서 새로운 문화정책의 발굴과 기존 사업의 개선을 제안한다. 박 장관은 "기자 신분으로 전 세계를 다니면서 우리 젊은이들의 공간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느낄 때마다 개탄스러웠다"며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동시에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으려고 이들의 아이디어와 비전, 열정에 귀 기울인다"고 말했다.
남다른 의지는 유독 경쟁과 효율 중심 분야에서 발휘되지 않는다. 오히려 성과에 대한 부담감과 조급함에 짓눌린 듯한 인상을 여러 번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에 맞춰 서둘러 개방한 청와대도 그중 하나다. 애초 미술품 전시장으로 재구성하려던 영빈관이 지난해 12월부터 국빈 행사 공간으로 사용된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 영빈관을 신축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만찬, 회의 등이 자주 열린다. 박 장관은 "전통적인 기능과 관람이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흡한 점이라든 정책적으로 부족한 면을 계속 가다듬으며 실천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보다 체질 개선이 시급한 분야는 K-콘텐츠다. 특히 IP를 보호할 법적 안전장치가 절실하다. 프랑스의 경우 유럽연합(EU)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AVMSD)을 국내법에 구현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해 글로벌 사업자가 투자한 콘텐츠의 IP 독점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한다. 박 장관은 "어떻게 하면 IP 보호를 진전시키고 지평을 넓힐지 조금 더 살펴보겠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충분한 문제의식과 실현 감각을 내비쳤다.
"문화예술 종사자들부터 실생활 정보로 여길 만큼 저작권에 익숙해져야 한다. 최근 공부해 보니 그다지 어렵지 않더라. MZ 세대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청주대에서 강의할 계획이다. 젊을 때부터 익숙해야 '검정 고무신'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
박 장관은 이들이 진취성을 보여야 K-컬처의 앞날도 밝아진다고 내다봤다. 그는 "해외에서 K-컬처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물으면 매번 독창성과 투혼, 파격을 꼽는다"면서 "우리 젊은이들의 강점은 IT 기술이 아닌 이를 활용한 짜임새 있고 정통성 있는 콘텐츠"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배려와 동행, 평화의 가치를 널리 알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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