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분당서울대병원은 어떻게 '최소침습수술 메카'가 됐나
복강경·로봇 활용한 최소침습수술
의사에겐 부담되지만 환자엔 최선
직장암 항문 지키고, 폐암 사망률 '뚝'
혁신·노력으로 '세계 최초 기록' 행진
강성범 암센터장 "암병원으로 확대해
癌 수술 '글로벌 1등 병원' 도약할 것"
분당서울대병원이 올해로 스무 살이 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분당이라는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간 내 전국구 병원으로 성장했다. 암 수술 건수만 해도 고형암(혈액암을 제외한 암)만 따지고 보면 국내 대학병원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분당서울대병원 강성범 암센터장(외과 교수)은 "대학병원 존립의 의미는 암 같은 중증질환 치료에 있는데, 암 환자 진료 실적을 보니 환자 수가 암센터가 개원했던 2008년 대비 7~10배가 늘었다"며 "환자 수가 늘다 보니 임상 연구도 크게 증가해 연구비 기준 100배 증가했다"고 했다.
이런 성과에는 혁신을 주저하지 않고 변화했던 노력이 숨어있다. 개원 당시 수술의 미래가 '최소침습수술'에 있다고 보고, '복강경 수술의 메카'가 되기 위해 많은 의사들이 도전했다. 그 결과 세계 최초 복강경 위암 수술 500건 달성, 세계 최초 복강경 간절제술 1000건 달성, 세계 최초 신장암 로봇수술 1000건 달성 등의 성과를 만들어 냈다. 강성범 암센터장은 "우리 병원은 수술의 90~98%를 최소침습수술로 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국내 처음으로 진료 성적을 보여주는 '아웃컴북'을 매년 발간, 각 질환별 수술 생존율, 회복률, 사망률 등을 알리고 있다. 의료진 스스로를 평가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의 일환이다.
최소 침습 수술의 메카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하는 최소침습수술은 의사에게는 다소 복잡하고 어렵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몸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수술이다. 절개가 작아 조직을 살릴 수 있고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른 편이다. 한 예로 직장암 환자들이 수술을 앞두고 가장 걱정하는 것이 항문 보존 여부인데, 분당서울대병원 대장암센터는 최소침습수술을 적용해 항문 보존율이 94~98%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강성범 암센터장 연구팀은 국립암센터 오재환 교수, 서울대병원 정승용 교수팀과 함께 2010년 세계 최초로 직장암 복강경 수술 효용성을 입증했다. 이 논문은 저명한 국제학술지 란셋온콜로지에 실렸으며, 국내 연구팀이 란셋온콜로지에 논문을 실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폐암은 흉강경이나 로봇으로 최소침습수술을 한 비율이 98%에 달한다. 수술 후 사망률은 1% 이하다. 신장암은 최소침습수술을 받은 비율이 96%에 달하며, 3기 신장암의 경우 보통 신장을 모두 절제해야 하는데 '부분 절제술'을 시도하고 있다. 부분절제술의 5년 생존율은 98%다. 유방암의 경우 수술 시 유방 보존 비율이 70%, 수술 즉시 재건 비율이 61%로 높다. 전립선암은 로봇 수술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 최소침습비율이 99%에 달한다. 로봇은 전립선암 수술 시 합병증을 줄이는 데 확실한 장점을 보유, 대표적인 합병증인 요실금 회복률은 93%가 된다. 강성범 암센터장은 "우리 병원은 세계에서 최소침습수술을 가장 잘하는 병원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며 "최소침습수술을 배우기 위해 매년 수백 명의 해외 의료진이 연수교육 목적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매년 진료 성적 공개… 치료 결과 자신감 반영
분당서울대병원은 국내 대학병원 중 처음으로 진료 성적을 책(아웃컴북)과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2018년부터 매년 아웃컴북 발간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진료 성적을 공개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논란이 있었다. '허물'을 보여줄 수도 있기 때문. 강성범 암센터장은 "의료진들은 지표를 보면서 스스로 느끼는 바가 있고,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고 있다"며 "우리 병원의 데이터에 대한 자신감이 큰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일례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료 받은 결장암 환자의 경우 5년 생존율이 85%인데, 이는 일본 67.8%, 미국 64.9%보다 높다. 직장암의 경우도 5년 생존율이 83.5%이며, 이는 일본 64.8%, 미국 66.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고의 치료 결과를 내기 위해, 내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병리과·핵의학과 등 5~6개 진료과 의료진들이 치료가 어려운 환자 사례를 놓고 논의 끝에 치료 계획을 결정한다. 김덕우 대장암센터장은 "우리 병원은 주 1~2회, 의료진 20명이 모여 어려운 환자 사례를 공유하고 최고의 치료법을 도출하기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환자들은 암과 관련된 배경 지식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정보교육센터, 암통합지지센터를 만들어 암환자와 암환자 가족들에게 암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과 암 치료에 대한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있다.
최초의 디지털 병원… 의료정보 시스템 수출도
분당서울대병원은 2003년 개원 당시부터 '디지털병원'을 표방했다. 지금은 환자의 진료, 검사 기록을 100% 전자문서화 해 축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2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환자들은 엑스레이 영상과 같은 필름, 처방전, 각종 서류를 들고 넓은 병원을 오가야 했고, 여러 과를 들러야 할 경우 자신의 차트가 다음 진료과로 전달되지 않으면 진료를 볼 수도 없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개원 당시 이러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디지털화에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한 가지 시스템 내에서 진료, 영상 판독, 원무 등 모든 것이 해결되는 자체 의료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BESTCare)' 구축에도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미국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에서 병원의 디지털화 수준이 가장 높다는 '7단계 인증'을 받았다. 사우디·아랍에미리트·미국 등에 수출을 하기도 했다.
강성범 암센터장은 "의료정보시스템을 통해 축적된 진료 빅데이터들은 연구 자료로 활용, 환자 맞춤형 치료, 신약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향후 진료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먼저 부족한 외래 공간을 해결하기 위해 외래센터를 따로 만든다. 강성범 암센터장은 "암센터도 암병원으로 확대 신축하려고 한다"며 "내실을 다지고, 외적 인프라도 갖춰 세계에서 암 수술을 가장 잘하는 병원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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