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역전세 대란 조짐…대증·원인요법 동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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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주 세입자 박 모(33) 씨는 지난달 초로 전세 만기가 지났지만,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 전셋값은 2년 전 대비 3000만원 하락했다. 집주인은 새 세입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란 말만 되풀이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관계 장관들에게 부동산 관련 보고를 받고 "역전세 등 주거약자 부담 완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전세를 근본적으로 고칠 '원인요법'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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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주 세입자 박 모(33) 씨는 지난달 초로 전세 만기가 지났지만,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 전셋값은 2년 전 대비 3000만원 하락했다. 집주인은 새 세입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란 말만 되풀이 한다.”
19년 전인 2004년 한 언론보도에 소개된 사례다. 어떤 이유로든 집값이 내려가면 역전세는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그러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 파산에 직면할 지도 모를 임대인 모두에게 악몽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올해도 역전세난의 조짐이 뚜렷하다.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4월의 전세금 반환 사고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이미 전년 수준에 육박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고점에 계약한 전세 물량이 하반기에 쏟아지는 데다 신규 입주 물량도 만만치 않아서다.
눈앞에 위기가 다가온 만큼 일단 대증요법을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임대인 단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선 우선 보증금 반환 대출에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증요법은 나올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관계 장관들에게 부동산 관련 보고를 받고 “역전세 등 주거약자 부담 완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전세를 근본적으로 고칠 ‘원인요법’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전세제도는 집값 상승을 대전제로 한다. 상승기엔 갭투자를 불러일으켜 가계부채와 버블을 폭증케 하고, 하락기엔 부채 폭탄이 되는 리스크를 안는다. 때마다 전세 폐지론이 힘을 받는 이유다.
자연 발생한 제도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질서 있는 퇴각’ 방안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전세자금 대출도 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 전세 보증 한도를 70% 이하로 축소하는 방안, 보증금 예치제도 신설 등을 제시한다.
관건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갈 것인가이다. 서민을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만큼 전세제도 개편은 역대 어느 정부도 시도하거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전세 사기, 역전세 우려 등으로 전세제도의 폐해가 드러나는 지금이 대증요법과 함께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 방안인 원인요법을 마련할 수 있는 적기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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