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의 골프 모험] 지난 기록은 어떻게 하라고? 골프공 비거리 제한 유감

이은경 2023. 5. 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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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존슨.   사진=게티이미지

104.8m. 혹시 어떤 숫자인지 독자는 아는가?  104.8m는 바로 창던지기 세계 기록이다. 지난 1984년 독일(당시 동독) 선수 우베 혼이 세웠다. 이 기록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도 깨지 못하고 있다. 느닷없이 무슨 창던지기 이야기냐고? 뱁새를 믿고 조금만 더 읽어보기 바란다. 

1984년 7월20일 베를린에서 열린 육상대회. 우베 혼은 기존 기록 보다 5.08m나 더 멀리 던져 창던지기 세계 신기록을 기록했다. 인류는 이날 창던지기에서 처음으로 100m를 넘겼다. 그날 관중은 환호했다. 하지만 국제육상경기연맹은 경악했다. 우베 혼이 던진 창이 거의 경기장 끝까지 날아갔기 때문이다. 몇 발짝만 더 날아갔다면? 트랙 경기장으로 떨어질 뻔 했다. 달리기나 높이뛰기 따위를 하고 있는 그 구역으로 말이다. 

현대 창던지기는 1912년 올림픽 공식 종목이 됐다. 첫 해 세계기록은 62.32m다. 그 뒤로 1928년 71.01m, 1953년 80.41m, 1982년 95.80m 등으로 계속 높아졌다. 그러다가 1983년에는 99.72m로 100m 턱 밑까지 올라왔다. 그것을 다시 우베 혼이 깬 것이다. 

이 대기록은 창던지기 창 규격을 바꾼 계기가 됐다. 위에서 말한 안전 문제 탓이 가장 컸다. 늘어나는 창 비거리에 맞춰 경기장을 한 없이 키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비거리에 맞춰 경기장을 키울 수는 없다고? 최근에도 누군가 한 얘기 아닌가? 그렇다. 바로 골프공 비거리를 제한하겠다며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내세운 이유이다. 창던지기에서는 국제육상연맹이 2년 가까이 고심한 끝에 창이 덜 날아가도록 규격을 바꿨다. 지난 1986년 일이다. 규격을 바꾸자 창 비거리는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우베 혼이 세운 기록을 누구도 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베 혼.   사진=게티이미지

현대 골프는 날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 비결 가운데 하나가 기록이다. 타이거 우즈가 1승이라도 추가해 미국프로골프투어(PGA투어) 최다승 기록인 82승을 깰 것이냐는 따위 말이다. 우승 기록과 함께 골퍼가 가장 관심을 갖는 기록은 바로 드라이버 샷 비거리이다. 세계 최초로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 300야드를 넘긴 선수는 필드 위의 악동 존 델리이다. 그 뒤로 괴물 같은 선수가 계속 출현하면서 장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골프공 비거리를 줄이면 기존 기록과 새 기록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창던지기 기록도 창 규격을 바꾼 뒤에는 새로 따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비거리와 함께 골퍼가 주목하는 최저타수 기록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59타 클럽(59타를 친 선수 리스트) 같은 것 말이다. 

비거리를 조금 줄인다고 타수에 영향을 미치냐고? 당연히 미친다. 장타자를 기준으로 할 때 비거리가 스무 발짝 가까이 줄어든다고 치자. 그러면 세컨샷을 할 때 예전보다 두 클럽 정도 긴 채를 잡아야 하는 셈이다. 종전보다 더 긴 클럽으로 그린을 노리면? 당연히 홀에 더 가까이 붙이지 못한다. 더 멀리서는 퍼팅도 덜 들어가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앞으로 59타 클럽은 새 가입자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새 볼로도 59타를 친 사람만 따로 따질 수도 있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을 해 낸 선수이니까. 그게 뭐 대수냐고? 골프공 비거리를 줄인다고 해서 취미로 골프를 즐기는 것에 큰 변화가 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 120마일(초속 50m도 훨씬 넘는 속도) 넘게 쳤을 때나 스무 발짝쯤 덜 나가게 한다니 말이다. 120마일이라면 뱁새 당신은 꿈도 못 꾸는 헤드 스피드 아니냐고? 뱁새도 120마일 넘게 칠 때도 있었다. 아직도 110마일 대 중반까지는 휘두른다. 반듯이 나가냐는 문제는 논외로 하자. 아차, 무슨 얘기를 하던 중이더라? 

맞다. 스포츠는 인기를 먹고 산다. 특히 TV 등으로 중계하는 관람 스포츠는 더 그렇다. 시청자가 도저히 할 수 없는 기적 같은 결과를 TV속 선수가 만들어내는 것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R&A나 USGA라고 이런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PGA라고 모르고 비거리 줄이기를 동의한 것도 아니다. 언제 동의했냐고? 그런 얘기 못 들어보았다고? 아무려면 R&A와 USGA가 세계에서 가장 큰 골프 단체인 PGA 동의도 없이 일을 저질렀을까? 그래도 외계인 같은 선수가 출현해 기록을 깨는 일을 앞으로는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운해진다. 뱁새는 골프공 비거리 줄이기가 유감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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