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벼랑 끝 전술' 美 부채한도 협상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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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 데드라인 시계가 째깍거린다.
미국에서는 1917년 연방정부의 차입을 합리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부채 상한선이 마련됐다.
미국 정치권은 지키지도 못할 국가 부채한도를 정해 놓고 이를 밥 먹듯이 늘리면서 극한 대치를 거듭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달러 패권을 누리는 국가에서 의회가 정하는 부채한도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게 좋은 전통일까? 미국의 날로 증가하는 정부부채 비율을 보며 우리가 배울 교훈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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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절약하는데 2조원 쓰는
韓 선거공약 '철도신설'과 유사
덧없는 정책 행위 반성해야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 데드라인 시계가 째깍거린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연방정부의 보유현금이 바닥나는 날짜인 X-데이트(date)를 6월1일로 특정했다. 미국에서는 1917년 연방정부의 차입을 합리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부채 상한선이 마련됐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인쇄하는 미국에서 벼랑 끝 전술을 쓰는 데 세계는 신물이 났다.
미국 정치권은 지키지도 못할 국가 부채한도를 정해 놓고 이를 밥 먹듯이 늘리면서 극한 대치를 거듭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달러 패권을 누리는 국가에서 의회가 정하는 부채한도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게 좋은 전통일까? 미국의 날로 증가하는 정부부채 비율을 보며 우리가 배울 교훈을 생각해 본다.
재정건전성이 중요한 나라의 경우에는 인기영합적인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효율적으로 자원배분이 이뤄지도록 메커니즘이 설계되지 않는다면 국민 전체 뜻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있나!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31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적자를 냈다. 천문학적 채권을 발행하고 생존 경쟁력도 갖추지 못한 한전공대 재정(1558억원)까지 책임지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공대는 광주과학기술원과 합치는 게 현명해 보인다.
광주에서 목포로 가는 고속철도가 2025년 완공되면 일반 철도 속도(35분)에서 2분이 절약된다. 자원배분 효율성 관점에서 낭비인 이런 정책을 누가 만들었나. 2007년 완공 이후 이용객이 없어 애물단지가 된 무안공항에 KTX역을 만들어달라는 여론에 정치권이 무릎을 꿇어서다. 무안공항역 신설에 합의하고 2분 절약하는 데 2조원을 쓴다니 말이 되나. 국책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무안공항이 활성화돼 이용객이 하루 평균 6000명을 넘어도 KTX 이용객은 하루 250명(4%)밖에 안 된다고 예측했다.
철도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지역 균형 발전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많은 정책이 얼마나 덧없는 행위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라. 미국 경제학자 앤서니 다운스는 다수가 선호하더라도 투표자의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가 나타나는 경우 소수에 편향된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정치인은 다수의 군중심리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실제 표를 던져 줄 소수의 이익집단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메커니즘 디자인(mechanism design)’ 이론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이는 정부의 정책 수립 의도가 좋아도 유권자는 개인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기에 의도했던 정책 효과가 달성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 예를 들어 다리를 놓으려고 지역 주민의 의사를 묻는다 하자. 다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어차피 자기 돈이 들어가지 않는 한 다리 건설에 찬성하게 된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는 정책이 국민에게 좋은 건지 싫은 건지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어떻게 사람들이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할지를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빈번한 부채 한도 증액도, 우리의 남용되는 선거 공약도 메커니즘 디자인 관점에서는 낙제점으로 보인다.
조원경 UNIST 교수 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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