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치는 대신 지켜본다…제2의 전성기 만든 정수빈의 변화

차승윤 2023. 5. 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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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3155="">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초 KIA 이우성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두산 정수빈이 이닝 종료 후 밝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정수빈(33·두산 베어스)의 '눈'이 예사롭지 않다.

정수빈은 올 시즌 타율 0.252(115타수 29안타) 8도루를 기록 중이다. 홈런은 단 한 개도 없다. 대신 볼넷 19개를 얻는 등 출루율 0.368을 기록 중이다. 한때 출루율이 4할 안팎을 오르내릴 정도로 올 시즌 꾸준하다.

올 시즌 정수빈의 임무는 리드오프다. 139타석 중 109타석을 1번 타자로 나섰다. 어색한 자리는 아니다. 1번 타자로 통산 1491타석에 출전했다. 2번 타자(1603타석) 다음으로 익숙한 위치다. 이전까지 두산 감독들이 정수빈을 1번으로 쓴 건 빠른 발 때문이다. 전통적인 리드오프 유형이지만, 추신수·홍창기 등 출루율을 우선하는 현대 야구 리드오프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타율 0.259 출루율 0.324로 부진했다.

정수빈이 활약한 시기를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좋을 때는 출루율이 높았으나 볼넷이 아닌 콘택트가 핵심이었다. 2014년 당시 200안타를 쳤던 서건창(현 LG 트윈스)의 타격폼을 모방해 커리어 유일한 규정타석 3할 타율(0.306)을 남겼다. 2015년과 2020년 좋은 성적을 기록했을 때도 3할에 근접한 타율의 힘이 컸다.

두산 베어스 정수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그런데 올 시즌 정수빈이 달라졌다. 타격 어프로치(접근법) 자체가 변했다. 안타가 아니라 볼넷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순출루율이 0.118에 달하는데 0.09를 넘긴 건 1군 데뷔 15년 만에 처음이다.

스윙 횟수를 줄인 게 성공 요인이다. 올 시즌 야구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정수빈의 스윙%는 40.3%(초구 15.8%)로 커리어에서 가장 낮다. 스트라이크존 바깥 공에 휘두르는 비중도 줄었지만, 스트라이크존 투구 스윙까지 함께 줄었다. 특별히 선구안이 좋아진 게 아니라, 타격 자체에 신중해졌다고 볼 수 있다.

지켜보기만 하면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출루를 완성한 건 결국 콘택트다. 정수빈은 2스트라이크 이후 콘택트 비율 86.4%(전체 13위)를 기록 중이다. 참을성과 끈질김을 두루 갖춘 결과, 올 시즌 타석당 투구 수 4.45개로 전체 1위를 기록 중이다. 공을 지켜 볼 때 필연적으로 느는 삼진도 콘택트로 제어하고 있다. 타석당 0.11개로 최저 9위에 불과하다.

2023 KBO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무사 1루 양찬열 타석 때 1루 주자 정수빈이 포수 견제에 슬라이딩으로 귀루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정수빈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올해 1번 타자로 나가게 됐다. 역할 자체가 출루 아닌가. 공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 했고, 칠 수 있는 타이밍에서도 한 개씩 더 봤다. 그런 생각들이 도움 된 것 같다"며 "공격적으로 접근하려는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니다. 공격적으로 하지 않아야 할 때 공을 더 보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안타가 아닌) 출루지만, 나가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안타를) 쳐서 나가는 것도 더 많아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타격이 좋아지면 출전 수가 늘고, 여전한 수비 존재감도 더 부각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부진과 부상으로 타석 수가 줄어 박해민(LG) 최지훈(SSG 랜더스) 등에 묻혔으나 정수빈은 여전히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 수비수다. 그는 지난 1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두 차례 결정적인 호수비로 팀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팀 선배 양의지는 "소름이 돋았다. 수빈이가 아니었으면 20점은 줬을 것"이라며 "수비가 (어릴 때부터) 한결같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왔기에 오랫동안 수빈이가 팬분들로부터 사랑받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정수빈은 "내 가치는 수비에서 나온다. 항상 수비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뛴다"며 "(14일 경기에서) 안타를 못 친 만큼 수비에 더 집중했고, 좋은 캐치가 나왔다. 이런 수비 하나가 팀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올 시즌 신설되는 수비상 이야기를 꺼내자 "수비상이라면 항상 받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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