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게이트]라덕연이 설마 첫 설계자?…당국의 CFD 계좌 전수조사 속내는
주가 조작 기법 포착해 시장 감시시스템 개선
CFD 계좌 개설 본격화한 2016년까지 기간 확대 가능성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합동으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3400개를 대상으로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연계 여부에 대한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 이상거래 혐의가 드러나면 즉각 조사해 처벌받도록 할 방침이다. 라덕연 호안 대표가 CFD 계좌로 시세를 조종한 첫 케이스가 아닐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구속된 라 대표 주도의 주가 조작 세력과 같은 사례가 예전에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사후 처벌 계획에 회의적
17일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유사한 이상 부정 거래 혐의가 있을 가능성 차원에서 최근 몇년간의 계좌를 들여보는 것이며, 만약 있다면 조사 후 검찰에 고발해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 역시 "이번 사태와 유사한 혐의 거래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2개월 안에 점검을 끝낸다는 목표로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다. 통상 거래소의 이상 거래 점검에 약 3개월 반이 걸리지만, 이번 집중 점검은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내 '특별점검팀'을 새로 만들어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사후 처벌 방안에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상거래 혐의를 포착해도 시세조종 혐의를 찾아 입증하고 처벌하기까지 난관이 예상돼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성공한 주가 조작 등의 이상거래를 찾더라도, 사후적인 조치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면서 "이번 CFD 계좌 전수조사는 제2의 라덕연을 막기 위한 목적이 더 강하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금융당국은 이번 전수조사에서 매매 등 거래 패턴을 분석해 작전 세력의 기법을 파악하고,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 역시 제2의 라덕연 사태를 막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거래소도 이번 전수조사를 활용해 불공정 거래를 막을 수 있도록 시장시스템 개편에 활용할 방침이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당국으로부터 CFD 계좌 전부를 받아서 매매 패턴을 분석하고 감시시스템을 개선해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거래소의 시장시스템 개선 방향은 주가 조작 혐의 포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세조종 포착 기간을 확대하고, 시세조종 혐의 집단의 분류 기준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거래소는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 선정 때 대부분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상거래 종목 적출 때 대부분 100일 이내의 주가 상승률 및 관여율(호가·시세·체결) 등이 대상이다. 단기 상승폭은 적지만 실적 개선이 있거나 테마주로 분류돼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제대로 적출해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거래소는 장기간 시세를 조종하는 신종 불공정거래 유형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혐의 종목 선정 기준을 100일 이하의 단기에서 반기 또는 연 단위로 확대하고 시장감시시스템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세조종 혐의 집단에 대한 분류 기준도 개선한다. 가령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는 혐의자들이 IP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명의인의 집이나 직장 주소지 등 각기 다른 곳에서 거래하는 바람에 거래소가 이를 정상적인 거래로 오인해 계좌 간 연계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거래소는 지역적 유사성 외에 서로 다른 계좌 간 거래 종목이 다수 중복되는 등 계좌 간 유사한 매매 패턴을 보이는 경우에도 동일한 혐의 집단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계좌 점검이 끝나고 CFD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시뮬레이션 등을 해볼 수 있어 시스템을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CFD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것으로 주가 조작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문에 주가 조작 범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특히 의심스러운 거래를 포착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거래소는 이번 전수조사에서 새로운 작전 기법을 포착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FD 계좌 10년치 전수조사는 사실과 달라
한편 이번 계좌 조사 대상은 2020년 1월부터 2023년 4월 말까지 기준이다. CFD 계좌 10년치 전수조사는 사실이 아니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현재 조사 기간 변경은 없다"고 전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CFD 계좌는 2016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10년은 해당 사항이 없다"면서 "다만 오랜 기간을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에서 소급 적용 등을 감안해 10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점검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CFD 계좌 개설이 본격화된 2016년까지 점검 기간을 확대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주가조작 사태의 최초 설계자가 라덕연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면서 "전수조사로 과거 성공한 시세조종 세력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자본시장 질서에 경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가 진상파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투자피해 사례와 함께 라덕연 측의 주가조작 및 자산은닉 정황, 다우데이터·서울가스 대주주의 대량매도 관련 내막 등 어떤 내용의 제보든 환영합니다(jebo1@asiae.co.kr). 아시아경제는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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