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너무 믿었나…구리 ETF에 투자했다면 15% 손실
중국 경기 예상보다 회복 더뎌…경기 부양책 내놓을지 주목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에 급등했던 구리값이 큰 폭 하락했다. 중국의 경제 사정을 뜯어보니 원자재 수요가 급증할 만큼 양호한 경제 상황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기대 수요가 약해진 탓이다. 여기에 미국 지방은행들의 연쇄 디폴트로 달러가치가 높아지자 구리 가격 내림세는 더 가팔라졌다.
17일 런던거래소(LME)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은 t당 8118.80달러로 마감, 한달 전(8964.50달러) 대비 10%가량 하락했다. 지난 1월18일(9430달러) 기록한 연중 최고치와 비교하면 약 14% 하락한 것이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9000달러 부근에서 움직임을 보였던 구리값은 서서히 우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구리 가격은 연중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제조업에 주로 사용되는 다른 비철금속 가격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알루미늄·구리·아연을 중심으로 6개(납·니켈·주석 포함) 비철금속 선물 가격을 지수화해 LME에서 산출하는 비철금속지수(LMEX)의 추이를 보면 3724.10을 가리키고 있다. 1월26일 기록한 올해 최고치(4403.50) 대비 15% 넘게 하락했다. 이들 금속 모두 중국발 수요가 전체의 절반에 해당한다.
구리값 등 비철금속 가격이 하락한 주요 배경은 중국이다. 올해 초만 해도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하며 구리값이 1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장밋빛을 제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중국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에 힘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자재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결과에 올해 초 상승 베팅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10%가 넘는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연초 이후 각각 11%, 20% 넘게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전일 발표된 4월 중국의 경제지표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4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5.6%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예상 수준(10.9%)을 하회했고 소매 판매도 전망치(21%)에 못 미친 18.4%를 기록했다. 앞서 위니 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중국 주식 전략가는 "중국 경제는 지난해와 비교해 회복 단계에 있지만 최근 보고 있는 경제지표는 시장과 투자자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코로나19 해제 당시보다 보복 소비 모멘텀이 약해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 가격을 산출하는 ‘KODEX 구리선물 ETF’의 경우 단순 추산으로 석 달 전(2월 16일)에 투자에 나섰다면 9% 넘게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고점 대비로는 14% 넘게 떨어졌다. 구리 선물 지수 상승분의 두 배를 수익으로 두는 ‘TRUE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의 경우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7% 급락했고 고점 대비로도 약 20% 내렸다. 구리 관련주로 꼽히는 이구산업 주가는 한 달 전 대비 12.5% 내렸고, LS와 풍산은 각각 6%, 6.6%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가 주춤해지면서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기 회복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만큼 당분간 비철금속 가격의 방향성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단기적인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단기적으로 중국이 최대 소비국인 산업 금속 섹터에서도 비관론이 형성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구리 재고가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재고 수준과 비철금속 가격은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데, 현재 영국 런던거래소 창고의 구리 재고는 7만6600t으로 한 달 전(5만4400t)보다 2만t가량 증가했다.
투자를 고려한다면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지 살펴야 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의 정상화를 자율적 보복 소비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중국 경기 정상화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는 만큼 저성장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중국 정부의 추가 조치가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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