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가능한 자궁경부암, 여전히 여성 암 5위인 까닭
◇HPV 감염이 주요 원인 “성 개방 풍조가 영향”
자궁경부암 환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2009~2013년 16.7명에서 2014~2018년 14.2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40대 이하 젊은 환자들의 비율이 높다. 2020년에 발생한 자궁경부암 환자 2998명 중 40대 이하 환자는 1247명으로 41.5%였다. 정영신 교수는 “성 개방 풍조의 확산으로 성관계 경험이 늘고 시작 연령도 어려지면서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HPV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발병에는 HPV 감염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위험군 바이러스(16번, 18번 아형 등)가 있는 경우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도는 10배 이상 증가한다. 국제유두종바이러스협회(IPVS)에 따르면, 모든 종류의 암 중 5%는 HPV와 관련 있는데 이중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는 HPV 감염이 확인된다.
HPV는 감염돼도 대부분 2년 안에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10%가량은 감염이 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자궁경부 상피 내에 종양이 발생할 수 있는데 방치할 경우 자궁경부상피내암, 침윤성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HPV에 감염된 정상세포가 침윤암으로 진행하는 과정은 5~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안전성 입증된 백신 “막연한 우려보다는 효과 따져봐야”
다른 암과 자궁경부암의 차이는 유일하게 예방접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백신으로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HPV에 대해 항체가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최적의 나이는 15~17세이다. 이 시기가 지났더라도 26세 이전에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으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이 되어 만 12세 여성청소년에게 무료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시행하므로 챙겨서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20~30대 여성은 젊으니 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과 산부인과를 꺼리는 경향으로 인해 검진받는 비율이 낮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암검진 수검 통계를 보면 20대의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약 20%에 그친다. 백신 접종률도 50~60%로 낮은 편이다. 정 교수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전 세계 65개국에서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되어 2억 건 이상 안전하게 접종되고 있다”며 “막연한 우려로 접종을 망설이기보다는 백신 접종을 통해 암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 초기에는 수술로 완치 가능, 빠른 발견 필요한 이유
자궁경부암은 세포 변화가 일어나는 이형증부터 상피내암을 거쳐 침윤암(1기~4기)으로 진행된다. 병의 진행단계 특징이 명확해 조기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까울 만큼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치료는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 치료 등이 있다. 적절한 검진으로 암이 되기 전 단계인 상피내 종양에서 발견된다면 자궁을 들어내지 않고 자궁경부의 중앙부위만 잘라내는 자궁경부 원추 절제술로 완치할 수 있다. 침습암으로 진단되더라도 암의 병기가 1기이면서 암세포 침투 깊이가 3mm 미만인 경우 자궁경부 원추 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며 암의 크기가 2cm 을 넘지 않으면 자궁경부와 질의 일부분만 잘라내고 질과 자궁을 다시 연결해주는 광범위 자궁목 절제술을 시행하면 향후 임신과 출산을 기대할 수 있다.
◇HPV에 더 취약한 남성, 백신 맞아야…
한편, 남성은 HPV에 여성보다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의 경우 HPV에 감염돼도 60~70%는 항체가 생기는데, 남성은 약 30%만 항체를 형성한다. 남성은 바이러스 감염성을 없애거나 낮추는 중화항체 증가 비율을 의미하는 바이러스 면역원성도 낮다. HPV 백신에 포함된 일부 유형(HPV 6, 11, 16, 18형)에 대한 항체 생성률을 기준으로 보면, 남성은 12.2%, 여성 32.5%로 알려졌다.
위와 같은 이유로 HPV 바이러스로 인한 남성 암환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HPV는 자궁경부암이나 질암, 외음부암 외에도 구인두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 각종 암과 질환을 유발한다. 미국에선 HPV 감염으로 인한 두경부암 발생률이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질렀다. HPV 바이러스 전파율은 남성과 여성이 비슷한데, 남성은 선천적으로 HPV에 대한 면역이 더 약하므로 백신을 적극적으로 접종해야 한다. 자궁경부암과 달리 두경부암은 전암 단계가 없고, 초기 증상도 없어 예후가 좋지 않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궁경부암, 자가채취했을 때 정확도는?
-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9’ 가격 또 올라… 독과점 지적
- 자궁경부암 원인 99%가 '이것' 때문
- [의학칼럼] 홀수해 출생 여성, 자궁경부암 무료검진 놓치지 마세요
- 문 대통령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 만12세→17세 확대”
- 자궁경부암 치료 후 '자궁 폐쇄' 여성, 임신·출산 성공
- '머리숱 부자' 김세아… 두피 건강 위해 먹는 '음식'은?
- 남녀 '오르가슴' 격차 실화? 남자 85%인데, 여자는…
- 혈압 오르는데 이유를 모르겠을 때… 신장 위에 딱 붙은 ‘이곳’ 점검을
- 가습기 없이도… 실내 습도 쾌적하게 맞추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