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바이저'가 된 김연경 "선수 때가 편해, 지금은 잔소리가 내 역할"

이형석 2023. 5. 1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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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여자 배구대표팀 공식 훈련. 16명의 선수들이 열심히 몸을 풀 때, 김연경(35·흥국생명)은 선수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말을 건네고 웃었다. 태극마크 유니폼을 달고 있었지만, 이번 대표팀에서 그의 역할은 선수가 아니라 어드바이저(고문)다. 김연경은 "느낌이 새롭다. 태극기가 새겨진 옷을 입는 건 항상 좋다"며 웃었다.

김연경은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다.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 등 두 차례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끌었다. 김연경은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은 김연경이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주길 원해 어드바이저를 제안했고, 김연경이 수락했다. 김연경은 "(선수들이) 언니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자문위원님, 어드바이저님 등 멋대로 부르더라. 워낙 편한 선수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달부터 선수단 훈련을 돕는 김연경은 주 1~2일 대표팀과 함께한다. 김연경은 "외국인 스태프가 많아 국내 스태프와 가교 역할을 한다. 국제 무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지 의견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여러모로 말을 많이 하고 있다. 내 역할은 잔소리"라며 웃었다. 
세자르 감독이 소속팀 일정으로 국내 소집훈련을 비울 때가 있다. 새로 합류한 한유미 코치도 이번 대표팀을 통해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만큼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김연경의 역할이 상당하다.

주장 박정아(페퍼저축은행)는 "연경 언니가 볼도 때려주고 해외 선수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유미 코치도 "김연경 어드바이저가 세계적인 추세나 외국인 감독의 훈련법 등에 많이 조언해 준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어드바이저 역할은 처음인데 쉽지 않다. 선수일 때 가장 좋고 편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 역할을 통해 많이 배운다"고 했다. '대표팀 선수로 다시 뛰고 싶지 않느냐'는 말에는 "그런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어떻게 하면 대표팀과 후배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만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선수 김연경'이 떠난 빈자리를 크게 실감하고 있다. 2018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범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대회에서 전패, 무승점의 오명을 안았다. 김연경은 "젊은 선수들이 많이 합류해 팀 분위기도 좋아졌다. 선수들도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yonhap photo-2391=""> 사진=연합뉴스</yonhap>
김연경은 다음 주 떠나는 튀르키예 전지훈련도 함께한다. 이어 VNL 1주 차 일정도 동행 예정이다. 그만큼 '태극마크와 대표팀'에 진심이다. 그는 "배구가 더 발전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다"고 했다. 

김연경은 한 달 전 흥국생명과 총액 7억 7500만원에 1년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2022~23시즌 중 선수 은퇴를 고민했지만, 흥국생명의 통합 우승 실패 후 1년 더 뛰기로 했다. 그는 "주변에서 많은 분이 선수로 뛰면서 어드바이저 역할을 겸임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시더라. 선수 생활에 문제없게끔 (두 가지 모두) 열심히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진천=이형석 기자 ops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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