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한도 협상 또 '빈 손'…"디폴트 막자" 공감대는 확인
이르면 6월 초 미국이 초유의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2차 회동도 '빈손'으로 끝났다. 다만 백악관과 의회 지도부 모두 "디폴트는 끔찍한 선택지"라는 데 동의하며 강한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예정된 해외 순방 일정까지 단축하며 협상 타결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화당 소속인 매카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 소속인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을 만나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했다. 앞서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던 지난 9일 첫 회동에 이어 두 번째 자리다.
자칫 디폴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날 회동도 불과 한 시간 만에 끝났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입장차를 확인하면서도 "더 나은 과정에 있다"고 협상 타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게 가능하다"고도 언급했다. 슈머 원내대표 역시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지만, 우리 모두 디폴트는 끔찍한 선택지라는 데 동의했다"고 이날 회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 1월 31조4000억달러 규모의 부채한도를 모두 소진했고, 직후 특별조치로 시간을 번 상태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랐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경고한 X-데이는 6월1일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7일부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등 해외 순방에 나서기로 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날 2차 회동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디폴트 경계감은 한층 더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잇따랐었다.
현재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대규모 정부 지출 삭감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백악관과 민주당은 부채한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며 조건 없는 상향을 요구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양측이 디폴트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현재 정부 지출 중 어느 프로그램을 삭감하느냐로 대치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측 보좌진은 이날 회동에 앞서 저소득층이 정부로부터 식품 구매 등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참모급 회담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몇 가지 주제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중에는 사용하지 않은 코로나19 예산 회수, 에너지 프로젝트 허가 절차 간소화, 정부 지출 상한 설정, 일부 정부 프로그램에 대한 작업 요구사항 엄격화 등이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디폴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X-데이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증시 급락 등 여파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더욱이 미 경제는 1년 이상 이어진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 등으로 침체 우려가 높아진 상태다.
옐런 장관은 이날도 재차 디폴트 경고를 쏟아냈다. 그는 전미독립지역은행가협회(ICBA) 행사에 참석해 "미국의 디폴트는 경제·금융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 의회는 가능한 한 빨리 부채 한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디폴트가 3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증시가 45% 폭락하고 일자리는 최대 830만개 사라질 수 있다는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분석을 언급하며 "대공황처럼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상원이 메모리얼데이로 22~29일 휴회도 앞두고 있어 협상 시한은 더 촉박하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채한도 논의를 위해 예정됐던 해외 순방일정을 단축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17일 일본으로 출국해 G7정상회의에 참석한 이후 파푸아뉴기니, 호주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부채한도 협상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파푸아뉴기니, 호주는 방문하지 않고 오는 21일 복귀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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