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하우스 탐구]②금융지주 계열 VC 선두 KB인베스트먼트
내달 미국에 바이오 투자 지사 설립…공격적 바이오 투자 예고
편집자주 - 벤처투자 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가운데 정부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당근책을 내놓고 있다. 벤처투자 업계에선 아무리 좋은 정책도 벤처캐피탈(VC)이 움직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본다. 시장에선 자금 여력이 있는 주요 벤처캐피탈의 ‘역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벤처투자 생태계를 짚어본다.
KB인베스트먼트는 KB금융지주 계열 벤처캐피탈(VC)이다. 인수·합병(M&A)이 아닌 자체 설립한 케이스다. 금융지주 계열 VC 중에선 업력이 긴 편이다. 전체 VC 업계에서도 실력 있는 하우스로 손꼽힌다. 우리금융지주(우리벤처파트너스), 신한금융지주(신한벤처투자), 하나금융지주(하나벤처스) 등 국내 4대 금융지주 모두 VC를 보유한 가운데,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태는 1990년 설립한 창업투자회사(창투사) 장은창업투자다. 설립 이래 장은창업투자는 3개의 투자조합을 결성해 벤처기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엔지니어 출신 투자심사역들을 전진 배치해 반도체 장비 업체 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도체 관련 장비 생산 업체인 미래산업과 네트워크시스템 업체 콤텍시스템이 대표적이다.
1992년 자본금 증자를 거친 후 1998년 국민창업투자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9년 한국장기신용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랐다. 2001년에는 프론티어인베스트먼트와 합병했다. 이어 2002년 국민기술금융과도 합병하면서 규모를 더욱 키웠다. 2004년엔 KB창업투자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2008년 KB금융지주가 탄생하면서 KB인베스트먼트로 거듭나며 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됐다.
국내 1세대 VC…국내외 벤처투자 ‘선봉’
KB인베스트먼트는 100% 지분을 보유한 KB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수차례 유상증자를 해서 현재 자본금은 1126억원 수준이다. 운용자산(AUM)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다. 업계 1위 한국투자파트너스 다음 가는 AUM이다. 업계에선 KB인베스트먼트가 한국투자파트너스와의 AUM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첫 결성 펀드는 2500억원 규모의 ‘글로벌플랫폼펀드2호’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해 KB증권, KB캐피탈,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가 출자자(LP)로 참여했다. 운용사 출자금(GP커밋)을 포함하면 KB금융그룹에서만 총 2000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한국콜마그룹 계열사 5곳도 LP로 참여해 각 100억원씩 총 500억원을 투입했다.
유정호 글로벌투자그룹 상무와 국찬우 바이오투자그룹 상무가 펀드 운용을 맡는다. 해당 펀드로 글로벌 투자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주요 투자 대상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지역의 스타트업과 미국의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국내 스타트업에도 펀드 재원의 최대 30% 수준까지 배정할 예정이다.
글로벌플롯폼펀드는 김종필 대표 체제 하에서 탄생했다. 김 대표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에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했다. 이후 미래에셋벤처투자를 거쳐 2000년 한국투자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겼다. 투자본부장, 최고투자책임자(CIO), 부사장 등을 역임한 후 2018년 KB인베스트먼트 수장에 올랐다.
KB 최초 VC 출신 김종필 CEO 체제 ‘순항’
김 대표는 한국투자파트너스에 17년간 근무하며 회사를 업계 1위로 성장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김 대표를 눈여겨봤다. 김 대표 이전까지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년 넘도록 은행 출신이 차지했지만, 윤 회장은 김 대표를 영입하면서 이 같은 관행을 깼다.
KB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그중에서도 지노믹트리가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로 손꼽힌다. KB인베스트먼트는 2015년 지노믹트리에 투자를 단행해 투자 원금 대비 19배가 넘는 금액을 회수했다. 파멥신과 이엔드디 투자에서도 각각 10배 이상의 회수 성과를 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엔 초기 투자 전담 조직인 ‘KB파운더스클럽(KBFC)’을 설립하며 초기 기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FC는 지난해 초 대표 직속 조직으로 창설됐다. 시드(Seed) 단계부터 시리즈A까지의 투자를 전담한다. 통신 3사가 LP로 참여한 ‘KB 통신3사 ESG 펀드(400억원)’, KB금융그룹 계열사가 핵심 LP로 있는 ‘KB프라임 디지털플랫폼펀드(300억원)’ 및 ‘KB파운더스클럽2022(300억원)’ 등의 펀드를 활용하고 있다.
한편 KB인베스트먼트는 내달 미국에 바이오 투자 지사를 설립한다. 장소는 글로벌 제약사가 몰려있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로 낙점했다. KB인베스트먼트의 첫 해외 지사라는 의미를 갖는다. 바이오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공격적인 바이오 투자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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