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려진 1분기 성적표… 이젠 ‘선택과 집중’의 시간
올 1분기 게임사들의 표정은 엇갈렸다. 경제 침체의 파고를 온몸으로 받으며 실적이 크게 떨어진 게임사가 있는가하면 튼튼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낸 곳도 있었다. 옥석이 가려진 셈인데, 유동성이 잦아든 시기에 게임사들은 본업인 게임 개발을 충실히 하면서 사업적 전망이 있는 분야를 골라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1분기 넥슨은 불경기, 고금리 등의 외부 요인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업황 침체와 무관하게 신작이 크게 흥행하고 출시 후 십수년된 게임이 매출 역주행을 하며 무려 1조1920억원을 벌어들였다. ‘언택트 호재’의 불씨가 살아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되레 36% 매출이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46% 상승했다.
이 같은 성과는 플랫폼, 장르, 국가를 가리지 않고 고르게 성과를 낸 결과물이다. 넥슨은 게임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라이브 서비스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역량을 보유한 게임사다. 넥슨의 올 1분기 PC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했는데 출시 후 무려 18년이 지난 ‘던전앤파이터’와 2018년 출시한 ‘피파온라인4’가 전망치를 웃도는 성과를 내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피파온라인4의 경우 최근 다섯 분기 연속 최고 매출 기록을 썼다.
모바일 부문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 성장했다. 국가별로 보면 ‘기회의 땅’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45% 상승하고 국내 매출도 36% 올랐다. 일본 매출도 서브 컬쳐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흥행에 힘입어 29% 늘었다. 빠지는 곳 없이 모든 곳에서 성과가 났는데, 앞으로도 웃을 일이 가득하다. 지난 3월 30일 출시해 매출 순위 최상단에서 고공행진 중인 ‘프라시아 전기’는 2분기 실적부터 제대로 반영된다. 아울러 중국에서 ‘블루 아카이브’ ‘메이플스토리’ 등이 판호(서비스 허가증)를 받아 ‘제2의 던파 신화’를 쓸 채비를 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도 지난 1분기 신기록을 썼다. 매출에서 직전 분기 대비 13.7% 성장한 5387억원을 기록했는데 2017년 출시한 PC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역주행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PC 매출은 지난 분기 대비 28%, 지난해 동기 대비 68% 성장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올해 초 ‘Scale-up the Creative’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글로벌 퍼블리셔로의 도약을 역설했다. 크래프톤은 현재 자사 생태계 내 24개의 파이프 라인을 가동 중이다. 성공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라이브 서비스 역량을 키워 게임사의 기초 체력을 튼튼히 다지는 게 게임사의 핵심 지향점이다.
게임사들은 유동성이 한창 풀린 2~3년 전 블록체인(메타버스), 연예,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을 꾀했지만 괄목할만한 사업적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 와중에 ‘총알’이 떨어지는 경제 수축기에 들어서며 비로소 게임사들은 사업상 옥석을 가리기 시작했다. 실제 게임사들은 소위 ‘돈이 안 되는’ 사업의 투자 비중을 줄이고 신작 개발에 보다 집중하는 기조로 가고 있다.
사업적으로 가장 각광 받는 건 중국 시장 진출이다. 최근 중국이 판호 발급을 재개하면서 국내 게임사들도 관련 호재를 등에 업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말부터 자사 보유 IP로 6종의 판호를 받아 중국 시장과 관련해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넷마블은 별도로 신작 9종도 준비하면서 게임사 본연의 업에 집중하고 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판호를 획득한 게임의 출시가 곧 예정돼 있는 만큼 다시금 게임 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또한 웰메이드 게임으로 널리 호평을 받고 있는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등이 판호를 받아 대륙 진출의 기대를 받고 있다.
판호 발급에 실패한 게임사들은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의 수출 국가별 비중에서 동남아(24.3%)는 중국(29.%) 다음으로 중요한 교역국으로 조사됐다. 특히 동남아는 ‘돈 버는 게임(Play to Earn, P2E)’이 두드러지는 지역이다. 위메이드의 ‘미르4’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컴투스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개척하며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컴투스의 미디어 계열사인 위지웍스튜디오가 제작 투자한 드라마다. 이 같은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화, 웹툰, 웹소설 등의 분야에서 자체 인기 IP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컴투스는 ‘넘버스’ ‘마에스트라’ ‘신병2’ 영화 ‘왕을 찾아서’ 등 30여편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다니엘 정진솔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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