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전시된 빵·케이크 위에 파리… 위생 문제 없나 [불량음식]

강수연 기자 2023. 5. 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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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음식]
케이크 돔 등을 씌우지 않은 채 디저트를 판매하면 해충에 의한 교차오염, 미생물 번식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진=강수연 기자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핫한 카페에서 판매되고 있는 빵과 케이크의 위생은 어떨까. 최근 화려한 접시 위에 스콘, 크루아상 등 다양한 종류의 빵들을 쌓아두고 별다른 포장이나 덮개 없이 판매하는 카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카페를 방문한 손님 중 일부는 SNS 등 각종 커뮤니티에 "빵 위에 날파리가 앉은 모습을 자주 본다"며 "덮개나 케이크 돔 등을 씌우지 않아도 괜찮은 게 맞나"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카페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은 이들 빵이 언제, 어느 주기로 교체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판매 행위가 불러올 수 있는 위생 문제를 알아본다.

◇빵 위에 올라가는 파리, 질병 옮기는 매개체 될 수 있어
디저트에 올라간 파리, 모기 등 벌레는 병원체를 옮기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경상국립대 식품위생안전학과 심원보 교수는 “파리 등은 감염병을 전파할 수 있는 매개동물로 알려져 있다”며 “빵에 앉은 모든 파리에 병원균이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온종일 케이크나 빵 등을 방치해두면 그 과정에서 벌레가 앉아 세균, 바이러스 등이 옮겨질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 파리는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콜레라, 결핵 등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부경대 식품과학부 김영목 교수는 “파리가 앉은 빵 등을 며칠간 방치해둔다면 교차오염에 의해 세균 등이 증식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다만 국내에선 파리나 모기를 매개로 해 인수공통전염병을 감염시켰다는 보고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음식 상할 우려, 식품 특성마다 차이 존재
그렇다면 상온에 보관된 디저트를 먹어도 괜찮은 걸까? 그 답은 식품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는 디저트의 종류는 다양한데, 접시 위에 올려진 채 판매되고 있는 디저트 종류로는 대개 스콘, 크루아상, 앙버터, 조각 케이크 등이 있다. 심원보 교수는 “식빵, 베이글 등 화이트브레드는 고온의 베이킹 과정 중에 미생물이 사멸할 가능성이 커 상온 보관해도 괜찮다”며 “그러나 생크림 등이 사용된 빵이나 디저트, 샌드위치의 경우엔 상온 보관 시 미생물이 번식하고 상할 우려가 있어 상온에 보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디저트마다 수분활성도(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지표로 나타낸 것)도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해당 요소도 미생물 번식에 영향을 준다. 김영목 교수는 “소금과 설탕, 밀가루가 재료로 들어가면 물하고 같이 결합을 하는 과정에서 수분활성도가 떨어져 미생물이 덜 활성화하게 된다”며 “이들 재료의 함량에 따라 수분활성도에 차이가 나고 이에 제품별 미생물 증식 가능성도 달라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수분활성도가 낮은 대표적인 빵류가 스콘이다. 푸석푸석한 식감을 가진 스콘과 같은 빵류는 다른 빵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분활성도가 낮아 상온에 보관했을 때 그만큼 미생물이 증식할 가능성도 적다. 김영목 교수는 "스콘 위에 잼을 올린 빵도 마찬가지다"며 "잼은 수분활성도가 워낙 낮아 균이 자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일 제조한 디저트는 당일 판매해야
가장 좋은 건 당일 제조한 디저트는 전부 당일 판매하는 것이다. 김영목 교수는 “크림 층 분리, 식감 저하 등의 문제로 별다른 포장을 하지 않고 판매하는 업체도 있는 걸로 안다”며 “이렇게 당일 제조한 음식을 당일 판매한다면 크게 문제 될 건 없지만, 장시간 보관하거나 종일 상온에 놔둔 디저트를 다음날에도 판매한다면 이는 문제 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원보 교수는 “당일 판매와 더불어 덮개를 씌워 보관하거나 포장해 두는 게 아무래도 위생상 좋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식품위생법상 이들 업소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식품들의 보관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진 않다. 케이크돔이나 덮개 사용을 영업자에게 강제화하거나 규제할 수 없는 이유다. 김태민 식품전문변호사는 “하다못해 시장에서도 덮개 등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 많다”며 “이들 하나하나를 단속하긴 어려울뿐더러 현재 식품위생법에서도 식품을 진열할 때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해야 한다는 정도로만 나와 있어 영업자 개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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