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산업 차관 교체, 정부 더 빨리 변하라는 尹의 경고" [단독 인터뷰]
지난해 4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며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5년 만에 정권 교체에도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등용한 윤 대통령의 파격이자, 진보와 보수 정부를 아우르며 발탁된 한 총리의 저력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지난 15일, 곧 취임 1주년(5월 21일)을 맞는 한 총리와의 인터뷰는 최근 한·일 관계를 언급하며 자연스레 시작됐다.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최대 성과는 한·미 동맹 재건과 한·일 관계의 복원”이라며 마침 이날 공개된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특별대담에 대해 “굉장히 좋은 서프라이즈였다. 양국은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지난 1년의 소회를 묻자 “그 어떤 정부의 1년보다 어려운, 폭풍우가 몰아친 시기였다”고 답했다. 인터뷰는 광화문 국무총리 집무실에서 80분가량 진행됐다.
Q : -지난 1년 소회 어떤가.
A :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경쟁 등 폭풍우가 몰아친 시기였다. 과거 정부 재정 정책으로 부채가 급증했고, 국회에선 야당이 절대다수라 입법도 어려웠다. 50여년간 정부에서 일했지만, 그 어떤 정부보다 힘든 1년이었다.”
Q : -윤석열 정부 최대 성과를 꼽자면.
A : “한·미 동맹을 재건하고 제3자 변제 해법이란 대통령의 결단을 통해 정말 어려웠던 한·일 관계를 복원한 것이 큰 성과라 본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기시다 총리의 특별대담은 굉장히 좋은 서프라이즈였다. 양국은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규제혁신을 통해 대내외 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부동산과 탈원전 등 과거 정부의 비상식적 정책을 바로잡은 것도 성과다.”
Q : -가장 아쉬운 점은.
A :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입법을 많이 못 했다. 시행령과 정부 조치로 규제개혁 성과를 냈지만, 법을 고치지 못한 부분은 여전히 한계다. 근로시간 유연화 등 일부 정책 발표 과정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도 부족했다. 국회와 협력하고 소통 부분도 대폭 개선하겠다.”
Q : -소통, 어떻게 개선할 건가.
A : “정책 기획단계부터 당과 소통해 국민 눈높이에서 점검하겠다. 장·차관의 브리핑과 방송 출연도 늘리겠다. 69시간제는 실제와 달리 왜곡된 프레임이 작용했다. 오히려 전체 근로시간은 줄어 48.5시간제에 가까웠다. 이런 부분 역시 신속히 바로잡겠다.”
Q : -한·일 관계 복원을 성과라 했는데, 기시다 총리 과거사 발언은 어떻게 보는가.
A : “기시다 총리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고 있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일본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를 염두에 두고 “가혹한 환경에서 대단히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래로 향해가는 계기는 마련됐다고 본다.”
Q :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실효성에 대해선 논란도 있는데.
A : “그간 정부는 일본과 협의해 오염수 방류 관련 자료를 받아 안전성 검증을 해왔다. 기존 검토에 더해 현장 상황, 시설 현황, 운영 계획 시찰을 더 해 종합적 검토 결과를 도출토록 하겠다.”
Q : -간호법 논란이 큰데.
A : “간호사분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의지는 확고하다. 야당 및 간호협회와 협의를 통해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대체입법을 추진하겠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임해주셨으면 한다.”
Q : -전기와 가스 요금도 인상됐다.
A : “지난 정부에서 전 세계 가스요금이 오를 때도 가정용 요금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포퓰리즘에 가까운 정책이다. 이번 인상 결정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려면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 정부부터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Q : -윤 대통령이 지난주 관료사회 질타하며 ‘새 국정 기조 맞추지 않으면 과감한 인사조치 하라’고 했는데.
A :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가 총력을 다해 더 빨리 변화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각 부처 인사권을 과감히 넘겨줬다. 집권 2년 차엔 장관들부터 더 세게 그립을 잡아야 한다.”
Q : -지난주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교체도 같은 맥락인지.
A : “더 열심히 일하라는 경고를 한 것이다. 탈원전의 경우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본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적극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Q : -취임 1년 개각 가능성은.
A : “대통령의 기본 철학은 장관에게 일할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회의원을 겸직하신 분들의 경우 불가피하게 개각의 수요가 조금은 있을 수 있다. 그럴지라도 정치적 유불리보단 국정과제 완수와 민생 안정이 최우선 이유가 될 것이다.”
Q :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면직되나.
A :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다. 국장급 직원도 구속되고 자신도 기소된 상태라면 직책 수행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Q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야당과 지나치게 자주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A : “국회에서 한 장관에 대한 질의를 들으면 질문이 거칠 때가 있다. 그 과정에서 본인 나름대로 방어를 하다 보니 그런 지적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한 장관도 합리적 질문을 받으면 굉장히 합리적으로 논쟁과 토론을 한다.”
Q :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관련해 논란은 어떻게 보나.
A : “공직자 재산 등록에 가상자산이 포함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정부부터 적극 협조하겠다.”
Q :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의 유치 가능성은 높은가.
A : “비밀 투표라 숫자로 말하긴 쉽지 않다.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다. 분명한 건 만나는 모든 나라의 정상마다 한국이 경쟁국 중 최고로 준비된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Q : -노무현 정부와 윤석열 정부 총리를 모두 지냈는데.
A : “노무현 정부도 경제 분야에선 대부분 정책이 시장 중심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약자에 대한 소득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한·미 FTA는 물론 시장 물가나 환율 등엔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 때와 비교해 갈등을 느낀 적은 없다.”
Q : -후배 공직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공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보람이다. 공익을 위해 뛰는 분들인 만큼 더 적극적으로 밀어드리고 싶다. 공무원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각료가 받쳐주고 책임을 져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할 테니,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권호·박태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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