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조' MS의 블리자드 인수, 영·미와 EU 갈렸다…K게임은 웃음 [팩플]
90조원, 테크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을 놓고 유럽과 영국·미국 경쟁 당국이 정반대의 결정을 했다. ‘규제의 본산’인 유럽은 찬성했고, 빅테크의 나라 미국은 반(反)독점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 인수 얘기다. 산업에 미칠 영향에, 한국 게임계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무슨 일이야
15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MS가 687억 달러 (약 90조원)에 블리자드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기업 합병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같은 게임을 보유한 회사이며, MS는 콘솔 게임 플랫폼인 엑스(X)박스와 클라우드 기반 게임 구독 서비스 ‘게임패스’ 사업을 운영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양사 결합은 클라우드 게임 시장 경쟁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면서도 “MS가 약속한 조건을 수행한다면 경쟁 우려는 해결되고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합병을 승인했다. 약속한 조건이란,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경쟁자인 소니·닌텐도 등이 최소 10년간 MS에 로열티를 내지 않고 블리자드 게임을 스트리밍할 수 있게 한다는 것. MS가 이를 제안했고, EU가 받아들였다.
무슨 의미야
막강한 게임 플랫폼과 막강한 게임 콘텐트 회사의 수직 결합에 대해, 미국과 영국, 일본, EU의 결정이 각각 엇갈린다.
지난해 12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며 인수를 승인했다.
눈에 띄는 건 영국이 EU와 반대 입장에 선 것. 앞서 지난달 영국 시장경쟁청(CMA)은 “성장하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미래를 바꿀 수 있고, 영국 게이머의 선택의 폭이 줄어들 것”이라며 MS-블리자드 인수를 불허했다. 15일 EU가 인수를 승인한다고 발표하자 CMA는 별도 성명을 냈다. CMA는 “EU가 승인한 MS의 제안에 따르면 MS는 향후 10년간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규칙을 정할 수 있게 된다”라며 “이것이 CMA가 인수를 불허한 이유”라고 했다. 영국은 지난 2020년 EU를 탈퇴(브렉시트)하며, 독자적으로 기업 인수합병 심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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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성사되면 MS는 텐센트와 소니에 이어 매출 기준으로 세계 3대 게임사에 오른다.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현재 MS와 블리자드는 각각 4위와 9위다.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거대 플랫폼이 콘텐트 업체를 품는, 게임 업계의 수직 결합이다. 플랫폼 경쟁사인 소니는 그간 인수 반대 여론전을 펼쳐 왔다. 블리자드의 IP 중에서도 ‘콜 오브 듀티(COD)’ 시리즈는 콘솔 게임 소비자 층에 인기가 높은데,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면 플레이스테이션(소니의 콘솔 기기)에서 COD를 빼 버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MS는 지난해 12월 “블리자드를 인수하더라도, COD 라이선스를 소니·닌텐도 등에 최소 10년간 보장하겠다”라고 공개 선언했다.
MS는 빅테크 가운데서도 게임에 가장 적극적이다. 한때 구글과 아마존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속속 사업을 접고 있다. 구글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는 지난 1월 서비스를 종료했고, 앞서 지난해 11월 아마존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루나’의 사업 축소와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둘 다 자체 게임 기기나 콘텐트 제작에 투자하기 보다는, 자사 기존 클라우드 사업용 서비스로 접근했다. 이런 가운데, MS가 블리자드를 통해 부가가치 높은 IP를 선점하려는 상황이다.
나와 무슨 상관
최근 한국 주요 게임사들은 저마다 콘솔 게임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MORPG라는 특정 장르와 한국·중국 등 일부 동아시아 시장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다.
넥슨은 PC·모바일·콘솔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지난 3월 출시했고, 엔씨소프트가 올해 내놓는 신작 ‘TL(Throne and Liberty)’도 콘솔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서구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콘솔은 필수 플랫폼”이라며 “무조건 가야 하는 길”이라고 했다.
MS와 소니는 한국 게임 IP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중견 게임사 시프트업의 액션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공개로 연내 출시 예정이고, 네오위즈의 콘솔 신작 ‘P의 거짓’은 MS 엑스박스의 구독 모델(게임패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 게임업체 임원은 “플랫폼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가 게임 개발사엔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MS는 전 세계 16개국 경쟁당국에 블리자드 인수 승인을 신청했다. 현재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칠레, 세르비아,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EU가 승인했다. 한국, 중국, 뉴질랜드, 호주 등은 검토 중이다. 일부 언론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곧 승인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공정위는 지난 15일 “검토 중이며 아직 심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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