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바보같은 짓'... 벌써 외국서 신호가 오네요 [대통령을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이봉렬 기자]
▲ 지난 15일 <한국경제> 기사 "[단독] 'RE100' 뭐길래…한국 기업, 잇단 계약 취소 '속앓이'" |
ⓒ 한국경제 |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기업들에 재생에너지만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RE100'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들 기업이 한국 부품사와 맺은 계약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는데, "당장 국내 부품사들은 RE100을 실천할 방도가 없어서 전전긍긍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기업들 입장에선 "속수무책"이란 표현도 있습니다.
제가 지난 번 RE100 관련 특강에서 대통령님께 이야기한 내용 그대로네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진작에 RE100을 요구하고 있고, 애플 같은 미국 IT기업들도 점점 RE100 요구를 더해가는 중이라 그냥 있다가는 삼성이 RE100 때문에라도 용인에 팹을 짓기 보다는 미국에 팹을 지을 거라고 설명했잖아요. 설마 그새 잊은 건 아니죠?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의 기사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하나 있습니다. RE100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수출이 끊긴다고 하면서 대책이라며 CF100(무탄소 전원 100% 사용)을 들고 나왔거든요. 한국경제신문은 "한국은 원전 추가 건설 등으로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적극적 이슈 파이팅을 통해 국제표준을 RE100이 아니라 CF100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기사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이거 할 수 있나요?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대통령님이 이거 할 수 있나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소니, BMW 등 세계 굴지의 기업 400여 개가 이미 RE100을 선언하고 협력업체에 그 기준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대부분의 수출기업이 참여를 선언한 RE100 대신에 원자력의 안정성 문제 때문에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CF100을 대통령님이 나서서 국제표준으로 만들 수 있겠냐고 묻는 겁니다.
▲ RE100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수많은 오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홍보물을 내놓았습니다. |
ⓒ RE100 |
대통령님께, 그리고 RE100 걱정하면서 원자력을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RE100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겠다며 지난 4월 홍보물을 하나 내놨습니다. 거기에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9가지의 오해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몇 가지만 볼까요?
원자력이 대안이라는 이들 보십시오
재생에너지는 설치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오해에 대해선 유럽의 경우 새로 짓는 태양열 발전소는 장기적으로 가스화력 발전소보다 10배 더 저렴하다고 설명합니다. 발전 가능 시간이 제한적인 건 예측 가능한 변동성이며 여러 소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고, 에너지의 저장 문제는 배터리의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라 문제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가격은 1991년 이후 97%나 하락했다는군요.
이 간단한 홍보물에서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한 것도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를 설치할 수 있는 충분한 토지/공간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한국의 경우 먼바다에 부유식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624기가와트(GW)의 전력을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적어 놓은 겁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개발을 안 하는 거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 원자력 발전은 결코 재생에너지가 아니라고 명토박았습니다. |
ⓒ RE100 |
이 홍보물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여덟번째 항목,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RE100의 답은 명확합니다. 길지 않으니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원자력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닙니다. 원자력은 제한된 에너지원인 방사성 연료를 사용합니다. 재생 가능 에너지란 소비되는 것보다 더 높은 비율로 보충되는 천연 자원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Nuclear is not a renewable energy source. Nuclear power uses radioactive fuel, a limited source of energy. Renewable energy comes from natural sources that are replenished at a higher rate than they are consumed.)
혹시나 설명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원자력 발전소 그림 위에 아니라고 X자 표시까지 큼직하게 그려 놨네요.
▲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국가 중 꼴찌입니다. 상위권 국가와는 비교 자체가 어렵고 전체 평균에 비해도 15%가 채 안됩니다. |
ⓒ 통계청 -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3 |
"바보짓"은 누가 하고 있습니까?
그럼 이 상황에서 대통령님이 해야 할 일은 뭘까요? 대통령님은 저의 이 질문에 지난 15일, 신한울 3.4호기 제작 착수로 이미 답을 했습니다. 이달부터 2조원 규모의 보조기기 발주도 시작하고 올 한 해 전체적으로 3조 5천억원 규모의 원전 일감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님이 우리나라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버는 이른바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에 거액을 투자한 게 아니라면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겁니다.
독일은 탈원전 선언 후 지난 4월에 마지막 남은 3기의 원자력 발전소의 전원을 내렸습니다. 독일에 더 이상 가동하는 원전은 없습니다. 한국은 독일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보도된 바 대로 자동차 부품 업계의 "잇단 계약 취소"입니다.
▲ 2021년 12월 29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대통령님은 지난해 한 원전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난 5년 간의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일에는 "탈원전, 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돼 새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히 인사조치를 하라"고도 했습니다. 환경정책에 이념이 왜 들어가나요? 대통령님이 매번 이렇게 걸러지지 않은 발언을 하니까 대통령님이 세계적 추세와 거꾸로 원전에 매몰되어 가는 동안 주변에선 인사조치를 겁내어 그 어떤 조언도 하지 않는 겁니다.
예전 정부에선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을 자주 내던 기업단체, 경영자단체에서도 뭐가 두려운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대신 대통령님의 인사조치에서 자유로운 마이크 피어스 RE100 대표는 MBC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재생에너지 목표를 30%에서 2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인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대통령님의 인사조치에서 자유로운 신분이니 대통령님의 말을 그대로 되돌려 드리며 이번 특강을 끝내겠습니다. 대통령님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친원전 정책은 "바보같은 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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