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동철 칼럼] 국민 우롱하는 꼼수, 자진 탈당
논란 김남국 의원, 진상조사
윤리감찰 도중 민주당 탈당
의혹 해명 않고 정치적 희생양
포장하는 건 진실 감추고 진영
기대어 위기 모면하려는 꼼수
도피성 탈당에 면죄부 준다면
당이 공범이라 자인하는 것
국회 징계 등 책임 엄히 물어야
코인 관련 의혹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이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9일 만이었다. 김 의원은 수십억원대의 가상자산 투자로 거액의 이익을 거뒀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고 이른바 잡코인에 거액을 ‘몰빵’ 투자한 것도 상식적인 투자라 할 수 없다. 투자금을 부정한 방식으로 조달했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코인을 보유한 상태에서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과 코인 과세유예 법안 발의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공직자 이해충돌 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검소하고 가난한 청년 정치인 행세를 해온 탓에 위선 논란도 불거졌다. 인사청문회나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질의, 국정감사 중에 코인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민주당이 진상조사에 착수한 지 3일 만에, 이재명 대표가 윤리감찰을 지시한 지 이틀 만에 탈당했다. 김 의원은 진상조사단에 전자지갑, 거래 코인 종목, 거래 현황 등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당과 약속한 코인 매각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놓고는 개인 SNS에 밝힌 탈당의 변에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 내겠다”고 했다. 당의 진상조사마저 무력화시키면서 무슨 진실을 밝히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김 의원은 코인 투자에 불법이나 비리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떳떳하다면 탈당하지 말고 당의 진상조사에 협조했어야 했다. 김 의원이 탈당하자 진상조사 및 징계를 위한 윤리감찰은 사실상 중단됐다. 의원총회에서 ‘도피성 탈당’을 용인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봇물을 이루자 민주당 지도부가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공허하다.
김 의원 탈당은 예상했던 바다. 비리 혐의나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이 일고 당에서 징계 움직임이 일면 자진 탈당이란 도피처로 숨어버리는 일들이 민주당에서 여러 차례 벌어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지자 수사 대상에 오른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탈당했다. 일단 소나기를 피한 후 여론의 관심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리거나, 그러다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복당하는 일이 여의도 정치판에서 공식이 되다시피했는데 김 의원도 그런 그림을 그리며 탈당했을 것이다.
김 의원은 탈당 다음 날 유튜브에 출연해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사기관이나 국가기관이 정보를 흘렸다’고 주장했다. 본질은 코인 의혹인데 이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정치적 희생양으로 자신을 포장한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사실상 먼 산만 쳐다보고 있는 모양새다. 김 의원에 대한 당내 비판에 불만을 터뜨리고 검찰과 언론에 화살을 돌리는 의원들도 있으니 어처구니없다. 손혜원 전 의원은 “그런 정의로운 친구를 다시 만나기 어렵다”며 김남국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상식이나 민심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인식이다. 이런 식의 행태는 민주당을 수렁으로 더 밀어 넣을 뿐이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빠져 당 전체가 허우적대고 있는 와중에 전당대회 돈 봉투 건과 김남국 코인 사태까지 터졌는데도 민주당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민주당 청년 당원들이 “현재의 민주당은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를 벗어난 정당이 됐다. 도덕적 우월성이란 허상에서 벗어나 국민이 제시하는 기준에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당 지도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진영 논리,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당을 전면 쇄신하지 않으면 추락할 대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피성 탈당을 한 의원들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은 변화와 쇄신의 진정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다. 탈당이 도피처가 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사법 절차에만 맡겨 둘 일이 아니다.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정치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만큼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탈당에 면죄부를 주는 건 ‘꼼수 탈당’의 공범임을 자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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