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폭언에 정신과 치료” 학폭책임 업무 기피하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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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16일 국민일보가 만난 학폭책임교사들은 학폭 사안이 접수됐다고 알리는 순간부터 학부모들의 폭언과 무리한 민원에 시달리게 된다고 했다.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최모씨는 "학폭책임교사는 잠재적인 학폭 은폐자 취급을 받는다"며 "학부모가 '경찰에 고소하겠다' '절차적으로 맞는 것이냐. 능력이 부족하다' 등의 폭언을 쏟아내도 '죄송합니다. 더 알아보겠습니다'로밖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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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학생 반발 소송에도 휘말려
보직 맡을 사람 없어 제비뽑기도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학교폭력(학폭) 책임교사를 맡게 된 게 발단이었다. 자정 무렵에도 걸려오는 학부모의 전화와 폭언에 종종 ‘죽고 싶다’는 충동도 느낀다고 한다. 그는 “학부모들 사이에 끼여 욕받이가 됐다”며 “아이들을 위한 창의적인 수업을 꿈꾸며 교사가 됐는데 학폭 업무를 맡은 뒤로 교직 자체에 회의감이 든다”고 한숨 쉬었다.
학폭책임교사 상당수가 학부모로부터 고소 협박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민일보가 만난 학폭책임교사들은 학폭 사안이 접수됐다고 알리는 순간부터 학부모들의 폭언과 무리한 민원에 시달리게 된다고 했다. 경기교육청 소속 교사 A씨는 “관련 서류 작성을 위해 집을 찾아갔다가 ‘주택 침입으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들었다. 가해학생 부모에게 ‘너는 네 새끼 잘 키우냐’ 같은 말을 듣는 건 일상”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교사 B씨는 “학폭 사안 조사 시 학생들이 주관적으로 ‘교사가 무섭다’고 느꼈다고 하면 곧바로 학부모 민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가해학생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최모씨는 “학폭책임교사는 잠재적인 학폭 은폐자 취급을 받는다”며 “학부모가 ‘경찰에 고소하겠다’ ‘절차적으로 맞는 것이냐. 능력이 부족하다’ 등의 폭언을 쏟아내도 ‘죄송합니다. 더 알아보겠습니다’로밖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이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도 흔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서울에서 학폭 가해학생이 학교폭력위원회 결정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청구한 건수는 113건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50건으로, 22건이었던 2020년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주로 절차를 문제 삼는 행정소송이다 보니 업무 담당자인 학폭책임교사가 송사에 함께 휘말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폭책임교사는 기피보직이 됐다. 학교 현장에서 이를 ‘폭탄돌리기’식으로 배정하는 실정이다. 교사 최씨는 “아무도 맡지 않으려 해 어떤 경우에는 제비뽑기를 통해 결정하기도 한다. 그해 운이 나쁘면 학폭 일을 맡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폭 업무를 처리하느라 교사들이 본업무인 수업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을 지나 전면등교를 하게 되면서 학폭 신고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3주간 14건의 학폭 사안이 발생한 적도 있다.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C씨는 “(학폭 업무로) 결강한 수업을 보강하기 위해 2주간 25시간씩 수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 이모씨는 “교육자에게 수사 영역의 업무를 떠넘겨 놓았으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불가피하다”며 “불완전한 판단을 기반으로 조치가 내려지니 학부모 입장에서도 학교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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