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벼락거지와 코스프레

김상기 2023. 5. 1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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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의상이나 아이템을 따라 착용하고 즐기는 일종의 놀이다.

1970년대 일본 애니나 '울트라맨' 같은 시리즈물이 약진하면서 등장인물을 따라 하는 사람이 급증했고 80년대 초 코스프레라는 말이 생겨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서도 하위 예술 장르로 인정받지만 코스프레는 한때 무개념 행위로 인식되곤 했다.

여기에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르며 코스프레는 한동안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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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코스프레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의상이나 아이템을 따라 착용하고 즐기는 일종의 놀이다. 1970년대 일본 애니나 ‘울트라맨’ 같은 시리즈물이 약진하면서 등장인물을 따라 하는 사람이 급증했고 80년대 초 코스프레라는 말이 생겨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는 90년대 말 유입된 뒤 2000년대 중후반에 들면서 10대까지 널리 즐기게 됐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서도 하위 예술 장르로 인정받지만 코스프레는 한때 무개념 행위로 인식되곤 했다.

실제로 역사적 공감 인식이 부족한 소수의 청소년이 광복절에 기모노 차림으로 태극기를 허리에 두르거나 일제를 연상시키는 모자와 일본도를 착용해 비난을 자초했다. 여기에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르며 코스프레는 한동안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남을 속이거나 동정심을 얻으려고 피해자나 특정 신분으로 포장하는 행위를 일컫는 단어로 쓰였다.

대표적인 게 정치인의 ‘서민 코스프레’다. 선거철만 되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재래시장을 방문해 소탈한 이미지를 내세우려다 실수를 연발해 낭패를 본 인물이 여럿이다. 보통은 우스갯감에 그쳤지만 거센 비난 끝에 정계에서 퇴출당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오래전 대선 후보로 나선 한 정치인은 지하철 승차권 발매기에 1만원권 지폐 2장을 한꺼번에 넣었다가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또 편의점에선 프랑스 생수를 꺼냈고 충북 음성 꽃동네에선 환자가 하는 턱받이를 자신이 했다. 관련 영상이 퍼지면서 그는 정치권에서 거론되지 않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또 다른 대선 후보는 경선 토론에서 당시 1000원이었던 시내버스 요금을 70원이라고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재벌가 출신이고 공사다망하면 모를 수 있다는 옹호론은 서민의 팍팍한 삶을 그리 모르는 양반이 무슨 대통령이냐는 비판 여론을 이겨내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다른 후보는 시장에서 상인이 건넨 흙 묻은 오이를 씻지 않고 그냥 입에 넣어 빈축을 샀다. 그 덕분이었을까. 그해 대선에선 서민 이미지의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뿐인가. 지하철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왼쪽에 갖다 대고 빠져나오지 못한 정치인이 있었고, 시장에서 어묵을 앞에 두고 이거 어떻게 먹는 거냐고 물었던 정치인도 나왔다. 한 정치인은 뒤꿈치가 심하게 뜯긴 구두를 신고 다니거나 집무실 문짝을 회의실 테이블로 재활용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냥 좋은 신발을 신거나 책상 위 문짝을 치우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으니, 진심이 담기지 않은 쇼는 대중의 반감이라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는 걸 보여준 사례로 남고 말았다.

야당을 대표하는 ‘청년 정치인’이었던 김남국 의원이 거액의 가상자산을 보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인업체와의 유착이나 정치자금 수수, 이해충돌 등 각종 의혹을 둘러싼 불법 여부는 검찰 수사로 가려지겠지만 그 전에 검소하고 선하게 살았노라 되뇌며 후원금을 호소했던 그였기에 더욱 충격이 크다. 그는 매일 라면을 먹고 하루 한 끼를 못 먹을 때가 많다고 했고, 3만여원짜리 운동화에 구멍이 났다며 손가락을 넣어 보여준 적이 있다. 고2 때 산 안경을 20년이나 쓰고 아이스크림 하나 안 사 먹었다는 그는 국회의원에 출마하며 자신에게 100만원은 절박함이라고 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3억3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국회의원 중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랬던 그가 뒤로는 거액의 가상자산을 굴렸다니 ‘벼락거지’를 면치 못한 대다수 청년은 기가 막힐 뿐이다. 정치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니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의 가난조차 빼앗는 건 정치가 아니라 위선이다.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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