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손봉호 (22) 시민운동 뛰어들어 부패방지와 공명선거운동에 이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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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등으로 1987년 대통령직선제가 결정되자 사회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민주화운동에서 시민운동으로 바뀌었다.
반정부 항쟁은 불가피하게 준법 문제를 일으켜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주저했는데 시민운동에는 그런 문제가 없으므로 쉽게 동참할 수 있었다.
1992년에 기윤실, 경실련, YMCA, YWCA, 흥사단 등의 NGO들로 구성된 '공명선거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를 결성해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상임공동대표가 되어 10년 이상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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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 투명화로 사회개혁 공헌
공선협 활동하며 잘못된 선거 바꾸고
대통령 선거유세를 TV토론으로 정착
6월 항쟁 등으로 1987년 대통령직선제가 결정되자 사회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민주화운동에서 시민운동으로 바뀌었다. 반정부 항쟁은 불가피하게 준법 문제를 일으켜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주저했는데 시민운동에는 그런 문제가 없으므로 쉽게 동참할 수 있었다. 나의 진로를 바꾸게 했던 군대의 부패와 그것을 조금이라도 줄여야겠다는 그때의 결심이 다시 살아났다. 기윤실이 출범한 지 2년 후에 서경석 목사가 주도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창립에 동참해서 중앙위원회 회장을 거쳐 제2대 공동대표로 섬겼다.
경실련은 민주화 후 처음으로 시작된 본격적인 NGO로 시민들의 호응을 많이 받았고 사회개혁에 크게 공헌했다.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해 토지공개념을 도입·확산시켰고 금융실명제 실시를 주장해서 김영삼 대통령의 결단이 이뤄졌다. 일본에는 아직도 없는 제도로 공직자 재산공개와 더불어 부패방지를 위한 김 대통령의 큰 공헌이었고 경실련의 중요한 결실이었다.
그러나 시민운동 참여로 얻은 가장 큰 보람은 공명선거운동에서였다. 1991년에 한경직 김준곤 목사 등을 모시고 ‘공명선거기독교대책위원회’(공선기위)를 조직했다. 1992년에 기윤실, 경실련, YMCA, YWCA, 흥사단 등의 NGO들로 구성된 ‘공명선거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를 결성해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상임공동대표가 되어 10년 이상 활동했다.
부정 고발, 투표 참여 등의 캠페인으로 불법을 막으려 노력했고 무엇보다도 잘못된 선거제도를 바꾸는데 이바지했다. 하나는 선거 부정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었던 군부재자 투표를 선관위 감시하에 영외에서 실시하도록 선거법을 바꾼 것이었다. 국방부 장관과 소리를 높여가며 논쟁하고 장군들의 무마를 물리치면서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 마침내 선거법이 개정되어 부정 선거의 표본 하나를 제거했다.
또 하나는 대통령 선거유세를 TV 토론으로 대체한 것이다. 당시에는 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세를 과시하느라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일당을 주고 버스에 태운 뒤 대규모 상경 집회를 열었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했다. 불법으로 모은 돈이었고 엄청난 낭비였다. 우리는 TV가 많이 보급되었으므로 대중 유세를 TV토론으로 대체하자고 정당들에 제안하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수였던 야당 로비를 맡았는데 당사에 찾아가서 오히려 큰 환영을 받았다. 결국 제도가 바뀌어서 TV 토론이 정착됐다.
어느 날 청와대에서 공명선거에 공헌했으니 훈장을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나 혼자서 한 것이 아니므로 사양하고 공선협에 달라고 했으나 단체는 훈장 수상 대상이 아니라서 대통령 표창으로 바꿨다. 그 뒤에도 몇 가지 개선이 이뤄져서 우리 선거는 세계 어느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공명하다. 민주주의는 부패방지에 필수적이고 선거가 공명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므로 이에 공헌한 것은 나에게 큰 보람이다. 군에서 진로를 바꾼 목적을 조금이나마 이룩한 셈이다.
정리=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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