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의 시시각각] 김남국 의원의 죄
검찰 압수수색영장 청구서: 정치자금법 위반, 범죄수익 은닉, 조세포탈. 이종배 서울시의원 고발: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 수수, 자본시장법 위반. 시민단체(서민민생대책위원회) 고발: 금융실명법 위반, 명예훼손, 사기. 검찰과 경찰이 확인해야 하는 김남국 의원 관련 범죄 혐의다. 여기에 더해 공직자윤리법,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도 거론된다. 많기도 하다. 가짓수로는 배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부패방지법 위반, 뇌물 수수, 제3자 뇌물 수수, 범죄수익 은닉, 정치자금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과 수사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능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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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자본시장법 위반·사기 거론
정작 중요한 건 ‘세비 도둑’ 행각
의원직 고수로 국회 능멸죄 추가
」
모든 미디어가 김 의원 처벌 문제를 언급한다. 요란하기는 한데 딱 떨어지는 뭔가는 없다. 현재로선 김 의원의 죄상이 분명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청구 기각으로 검찰 수사가 출발부터 제동이 걸렸고, 김 의원이 불법이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가상 자산 최초 보유 및 이후의 거래 과정을 소상히 공개하지 않으니 추측과 예단이 난무한다.
열거된 죄목 중 가장 중해 보이는 게 뇌물 수수다. 코인 발행자 쪽에서 무상으로 코인을 받았다면(누구나 조건을 갖추면 받을 수 있는 사은품이나 경품이 아닌 형태로)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법원이 5년 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자산”이라며 코인을 재화로 인정했다. 따라서 코인도 금품이다. 그리고 김 의원이 해당 코인의 가치 상승에 기여할 만한 활동을 국회에서 했다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 무상 수수 또는 저가 양수 여부는 검찰이 거래 과정을 추적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확인될 일이다.
다음으로 심각한 범죄가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코인 발행·유통 업자로부터 내부 정보를 받아 코인을 사고팔았느냐, 다른 사람들과 짜고 코인 시세를 조종했느냐는 물음과 관련돼 있다. 그런데 코인 거래는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국의 법과 제도가 코인을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는 ‘증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 간부는 “김 의원이 자본시장법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자본시장법의 부정 거래 규제 기능을 코인 쪽에 적용하는 ‘가상 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만들고 있는데, 김 의원이 속한 법사위에 법안이 머물러 있다.
사기 혐의는 두 종류다. 하나는 코인 업체가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버는 데 김 의원도 기여했느냐는 것이다. 즉, 사기의 공범이 되느냐는 문제다. 코인 업체의 사기 행각, 김 의원과 업체의 유착 모두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다. 다른 하나는 김 의원이 궁핍한 것처럼 시민을 속여 후원금이라는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는 비판과 결부돼 있다. 후원자 중 누군가가 속아서 돈을 편취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 수사가 진행되겠지만, 적극적 사기 의도 규명 문제가 있다. 코인 사건 본류에서 벗어난 사안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화가 난 것에는 그가 국회의원이라는 지위와 권력을 누리면서 주어진 일은 등한시해서인 면도 있다. 국회법 29조에는 ‘의원은 직무 이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김 의원은 국회 상임위 회의장에서도 코인 거래를 했다.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 이태원 참사 보고와 질의가 있던 때, 법사위 법안심사 회의 때도 했다. 이 정도면 거의 ‘업무에 종사하는’ 수준으로 코인 관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회사 임원이 중요 회의장에서 수시로 휴대전화를 보면서 코인 투자를 한 게 드러나면 자리 보전이 어렵다. 회사에서 급여를 받으면서 업무 시간에 딴짓하는 사람을 젊은이들은 ‘월급 루팡’이라고 부른다. 절도 행위로 본다.
김 의원이 법망을 잘 피해 형사 처벌을 면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비 도둑으로 밝혀진 그를 더는 국회의원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그는 “홀로 당당히 맞서겠다”며 배지를 손에 쥐고 버틴다. 국회 능멸죄까지 저지르고 있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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