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야드 넘나드는 장타…큰물이 더 편한 열아홉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또 한 명의 대형 신인이 등장했다. 2004년생 조건부 시드 선수인 방신실(19·1m73㎝)이다. 당당한 체격에 화끈한 드라이버로 무장한 방신실은 올 시즌 KLPGA투어 3개 대회에 출전, 2개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했다.
무엇보다도 방신실의 무기는 호쾌한 장타다. 드라이브샷 거리가 300야드를 넘나든다. 스윙스피드도 웬만한 남자 선수 못지않다. 타이틀리스트 남우조 매니저는 “여자 선수는 스윙스피드가 100마일만 넘어도 화제가 된다. 그런데 방신실의 스윙스피드는 평균 시속 107마일, 볼 스피드는 시속 159마일 정도다. 국내 남자 프로 선수가 평균 111마일, 여자 프로선수 평균이 94마일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스피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방신실은 윤이나와 더불어 한국 여자 골프 역사상 최장타자로 꼽을 만 하다. 드라이버로 편안하게 250m를 날린다. 다른 선수에 비하면 4클럽 정도는 유리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고덕호 해설위원도 “방신실은 압도적인 장타가 돋보인다. 기본기도 탄탄해 여자 골프 판도를 바꿀 선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끝난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은 방신실의 투어 데뷔전이었다. 방신실은 최종 라운드 13번 홀에서 티샷을 320야드나 날려 보냈다. 그가 290야드를 넘게 날린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14일 열린 NH투자증권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4번 홀에서도 방신실은 장타를 뽐냈다. 홀까지 198m를 남긴 상황에서 아이언을 잡고 나무를 넘겨 가볍게 그린에 공을 올렸다. 남자 투어 경기를 보는 듯했다. 방신실은 “그린에서 구를 걸 예상하고 캐리 거리 185m인 4번 드라이빙 아이언으로 쳤다. 다른 선수보다 탄도가 높아 나무를 넘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방신실은 2019년 갑상샘 항진증을 앓아 몸무게가 10㎏이나 빠지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 여파로 시즌 중 스윙스피드가 일정하지 않았고, 마지막 날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방신실은 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방신실은 “지난겨울 두 달 반 동안 하루 한 시간 이상 스피드 스틱을 휘두르면서 거리 늘리기 훈련을 했다”고 털어놨다. 남우조 매니저는 “선수들은 대부분 거리 늘리기 훈련을 한다. 그런데 방신실 선수처럼 거리가 많이 늘어난 선수는 거의 없다.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는 법을 깨달은 것 같다”고 밝혔다.
방신실은 2개 대회에서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했지만, 정작 우승하지는 못했다. 특히 NH투자증권 챔피언십에서 최종 3라운드 중반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2개 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하면서 공동 3위로 밀렸다.
방신실은 “마지막 홀에서 세컨드샷이 그린을 넘어간 건 플라이어(공과 클럽 사이에 이물질이 끼면서 런이 많고 공이 멀리 가는 현상)가 났기 때문이다. 러프에서 쳐서 플라이어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맞바람이 공을 잡아줄 거로 생각했는데 하늘에서는 바람이 반대였던 것 같다”며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컷 통과를 목표로 나간 대회에서 5위 이내 든 건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을 했고, 내가 더 단단해질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방신실은 지난해 KLPGA 투어 시드전에서 40위에 머물렀다. 3년 동안 국가대표를 지낸 방신실로서는 아쉬운 순위였다. 그래서 올해 KLPGA 투어에는 조건부 시드를 받아 출전 중이다. 1부와 2부 투어를 오가야 하는 처지다. 흥미로운 건 2부 투어보다 1부 투어 성적이 더 좋은 거다. 2부 투어에선 5개 대회에 나가 톱 10에 오른 게 한 차례뿐인데 1부 투어에서는 3개 대회에 나가 톱 10에 두 번 들었다.
방신실은 “드림 투어(2부 투어) 초반 스윙 교정을 한데다 그린이 1부 투어만큼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는 적응을 마쳤다. 드림 투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건부 시드인 방신실은 올 시즌 1부 투어엔 10개 내외의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인왕 경쟁에도 나설 수 없는 처지다. 그래도 그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착실히 성적을 쌓아 내년엔 전 경기 출전권을 받고, 더 나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방신실은 “골프는 멀리 치기 경쟁이 아니다. 고진영 선배의 강한 멘탈이 가장 멋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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