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슨·윈터·차준환…구찌 경복궁쇼 찾은 스타들
16일 오후 8시 20분쯤 어스름이 깔린 어두운 궁궐 안, 조명을 받아 웅장하게 빛나는 경복궁 근정전에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의 ‘2024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의 막이 올랐다. 근정전을 사방으로 둘러싼 행각(궁궐 좌우에 지은 줄행랑) 아래 런웨이가 펼쳐졌다. 쇼 내내 근정전 마당 전체를 별 무리 같은 조명이 수놓으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북소리 등 한국의 전통 음악이 현대적으로 변주돼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이번 쇼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최초의 구찌 크루즈 패션쇼이자, 1998년 한국에 진출한 구찌가 25년 만에 국내서 여는 첫 공식 패션쇼다. 이날 행사에는 마르코 비자리 구찌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구찌 앰배서더(홍보대사)인 배우 겸 가수 아이유, 아이돌 뉴진스의 하니를 비롯해 한국 배우 이정재·김희애·김혜수, 미국 배우 시얼사 로넌, 다코다 존슨, 영화감독 박찬욱 등 570여 명의 국내외 유명인들이 참석했다. 비자리 회장은 “과거를 기념하고 미래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세계적인 건축물인 경복궁에서 구찌 2024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전통과 현대의 결합이 돋보이는 의상도 볼거리였다. 한복 치마를 연상시키는 조형적 라인의 드레스와 한복 옷고름을 차용한 리본 디자인의 실크 밴드가 등장했다. 활기찬 도시 분위기를 반영하듯 격식을 차린 스커트 정장과 스쿠버 다이빙용 슈트 등 스포츠웨어가 번갈아가며 등장해 분위기를 돋웠다.
명품 패션 브랜드의 크루즈 컬렉션은 여행을 떠날 때 입는 옷을 선보이는 리조트 컬렉션에서 출발했다. 파리·밀라노·런던·뉴욕 등 세계 4대 패션 도시에서 매년 2·9월 펼쳐지는 정규 컬렉션과 달리 5~6월에 전 세계 명소를 돌면서 개최되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다.
최근 명품 업계에서 서울은 새로운 문화 발신지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명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가 19조44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세계 7위권이다.
구찌는 지난해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향후 3년간 경복궁 보존 관리 및 활용을 위한 후원을 약속했다. 구찌 측은 행사에 앞서 “세계적 문화유산이나 창의적 랜드마크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국에서도 이어갈 것”이라며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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