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간호법 거부권 행사 “국회 숙의 아쉽다”

권호, 현일훈 2023. 5. 17.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에 이어 43일 만의 두 번째 거부권 행사다. 다만 윤 대통령은 양곡법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이날 간호법에 대해선 “국회에서 충분한 숙의가 아쉽다”며 여야 간 타협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고, 회의 직후인 낮 12시10분쯤 이를 재가했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간호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지 20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전문 직역의 협업에 의해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 간호법안은 이와 같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외교도, 경제·산업 정책도 모두 국민 건강 앞에서는 후순위”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간호 업무의 탈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전기료 인상엔 “탈원전·방만지출로 한전 부실화”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2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모두발언에서 “이번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힌 뒤 취임 후 두 번째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에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며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준법투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대통령실은 당초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간호법은 보건의료 직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법안인 데다, 내년 총선까지 거야(巨野)의 방송법·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 강행 처리에 계속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건 고스란히 국정 운영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의 중재 시도는 야당과 간호협회 측의 반발로 무산됐다. 결국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14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간호사들의 요구에 귀를 막는 게 아니라, 이 법이 시행됐을 때 전체 의료를 관장하는 체계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안정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도 현 의료법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만큼, 논란이 됐던 조무사 관련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 함께 손질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되풀이된 데 대해선 “기본적으로 안타깝다”면서도 “특정 정치 세력이 일방적으로 합의 없이 통과시킨다면 국민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간호법 거부권 행사는 ‘대선 공약 파기’”라며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에게 “헛공약 파기는 민주주의를 파기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만약 공약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잘못된 공약을 한 데 대해 당연히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전기요금 5.3% 인상과 관련해 “탈원전과 방만한 지출이 초래한 한전 부실화는 한전채(한전 채권)의 금융시장 교란을 더 이상 놔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이념에 매몰된 국가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했다.

또 “지난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5년 만에 400조원 증가해 총 1000조원을 넘어섰다”며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빚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약탈”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의 특별대담에서 윤 대통령을 20여 차례 언급하며 ‘윤 대통령과 신뢰가 깊어졌다. 신시대를 열겠다’고 한 데 대해 “한·일 정상회담, 특히 셔틀외교가 복원된 이후에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쪽에서 긍정적인 메시지, 전향적 메시지가 나온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권호·현일훈 기자 kwon.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