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홈디포 실적 악화에 하락세...부채협상 주시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6일(현지시간) 홈디포의 부진한 실적으로 투심이 악화한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부채한도 관련 2차 회동을 대기하면서 장 초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오전 10시10분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43포인트(0.73%) 내린 3만3105선에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9포인트(0.44%) 하락한 4117선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2포인트(0.26%) 내린 1만2332선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S&P500지수에서 기술, 통신 관련 주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업종이 모두 하락세다. 특히 에너지, 소재, 부동산, 산업 관련주가 1%이상 미끄러졌다. 홈디포는 개장 전 발표한 실적이 월가 예상에 못미친데다, 연간 가이던스까지 낮추며 전장 대비 2%가까이 내려앉았다. 이에 월마트, 타깃 등 이번주 실적 발표가 예정된 유통공룡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캐피털원은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신규 매입했다고 공시하면서 3%가량 뛰었다. 호라이즌 테라퓨틱스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암젠의 호라이즌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외신 보도에 약 17%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미 경제의 3분의 2를 지탱하는 소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경제 지표, 홈디포를 비롯한 기업 실적을 주시하는 한편, 이날 오후 3시부터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지도자 간 부채한도 관련 회동 상황, 마이클 바 연방준비은행(Fed) 부의장의 하원 청문회 증언 등을 대기하고 있다.
개장전 공개된 홈디포의 1분기 주당순이익은 3.82달러로 월가 전망(3.8달러)을 웃돌았으나, 매출은 컨센서스를 밑도는 372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홈디포는 올해 실적가이던스도 대폭 낮췄다. 회사측은 소비자들이 고가 품목을 적게 구매하는 것은 물론, 구매 자체를 미루는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홈디포의 부진한 실적은 즉각 투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음날에는 월마트, 타킷 등이 실적을 공개한다.
미국의 4월 소매판매는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등했지만, 월가 예상치엔 미치지 못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증가하며 오랜만에 반등했다. 월가 컨센서스는 0.7~0.8%선이었다.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협상도 관건으로 꼽힌다. 이르면 6월초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지도자들 간 논의에서 돌파구가 나오지 않는다면 디폴트 경계감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지난 1월 31조4000억달러 규모의 부채한도를 모두 소진했고, 직후 특별조치로 협상 시간을 벌었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상원이 메모리얼데이로 22~29일 휴회도 앞두고 있어 시한은 더 촉박하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경고해온, 현금이 소진되는 X-데이는 6월1일이다.
시장에서는 디폴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X-데이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증시 급락 등 여파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더욱이 미 경제는 1년 이상 이어진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 등으로 침체 우려가 높아진 상태다. 옐런 장관은 전날 오후에도 디폴트 시 금융시장 붕괴, 침체 등 세계적인 패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프 캐피털의 앤서니 추쿰바는 "현재 증시에 부채한도 협상 불발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디폴트가 현실화할 경우 "미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찰스슈왑의 제프리 클라인톱 수석글로벌투자전략가는 CNBC에 출연해 "미국의 디폴트는 달러화의 안전자산 지위에 도전이 될 것"이라며 "다른 주요 안전자산 통화인 엔화에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5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조사에 따르면 경기침체를 둘러싼 경계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잔고가 5.6%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의 65%는 연내 경제가 크게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아울러 응답자의 3분의1 가량은 Fed가 여전히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추가 긴축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주에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한 당국자들의 발언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힌트를 찾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2%이상 반영하고 있다. 추가 베이비스텝 전망은 17%대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한 Fed는 지난해 3월부터 10연속 금리 인상을 통해 미국의 기준금리를 5.0~5.2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55%선으로 상승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06%선으로 올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과 비슷한 102.5선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증시는 하락세다. 독일 DAX지수는 0.25%, 프랑스 CAC지수는 0.27% 내렸다. 영국 FTSE지수는 0.38% 하락 중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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