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株 에퀴닉스·디지털리얼티 ‘찜’ [나스닥에서 살아남기] (72)
좀처럼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는 올해 뉴욕 증시에서 확실한 투자 테마로 뜨는 성장 산업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AI가 과연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은 잠시 중단하고 윤리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증시에서는 AI 관련주로 알려지는 순간 투자자 매수세가 무섭게 몰린다.
문제는 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경우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비교적 신생 기업이다 보니 초기에 적자를 이어가는 데다 올해 금융 시장 환경을 보면 사업에 필요한 자금 융통이 여의치 않아서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따른 고금리 환경에서는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성장 기업의 금리 부담이 더 커진다. 연준의 긴축 정책 이후 기술 기업에 ‘돈줄’ 역할을 하던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하는 등 미국 지역은행들이 유동성 고갈 불안 속에 기업 대출을 줄이면 성장 기업은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다. 전기차 상장 바람을 타고 2019년 이후 뉴욕 증시에 줄줄이 등장했던 니콜라와 피스커, 리비안, 루시드 등이 최근 사업 확장보다는 현금 확보에 전력을 다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AI만 내세운 신생 기업보다는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보수적인 접근 방식이 있다. 잘 알려진 나스닥 빅3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GOOGL), 아마존(AMZN)이 꼽힌다. 세 기업은 AI 부문을 신생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소스AI 합작품인 챗GPT, 알파벳이 챗GPT 대항마로 내세운 바드, 그리고 아마존의 베드록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둘째, AI의 필수 부품인 최첨단 반도체를 설계하는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이미 최근 들어 주가가 급등한 나스닥 ‘반도체 투톱’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와 엔비디아(NVDA)다.
특히 AMD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설이 5월 초 부각되면서 매수세를 끌어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서비스를 적용한 검색 엔진 ‘빙(Bing)’을 내세워 알파벳의 구글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AMD와 손잡고 AI용 프로세서 반도체칩 ‘아테나’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1월부터 AI 시대 본격 대응을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AI용 반도체칩을 공급받아왔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AMD와 대안을 모색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엔비디아는 현재 전 세계 AI용 반도체칩의 약 90%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챗GPT용으로 활용하는 애저 클라우드센터 플랫폼에 엔비디아 A100 GPU를 사용해왔다.
AI 관련주에 투자하는 또 다른 방법은 ‘AI 인프라스트럭처’ 격인 데이터센터 관련주를 매매하는 것이다. AI는 대규모 서버나 연산 설비가 필요하고 전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데이터센터가 필수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양을 머신러닝(기계 학습)해 가동되는데 이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가 필요하다. 클라우드는 네트워크 전체에서 확장 가능한 데이터를 추상화하고 공유하는 소프트웨어 환경이다. 이 클라우드를 물리적으로 저장하는 것이 데이터센터다.
씨티그룹 “주식 비중을 줄여도
데이터센터 종목 눈여겨봐야”
투자업계에서도 데이터센터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5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콘퍼런스 2023’에서는 씨티그룹의 아이다 리우 프라이빗뱅크 글로벌책임자가 “불확실성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대체 투자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지만 주식 중에서도 성장주를 미리 선점해둘 필요도 있다”면서 “기술 부문에서는 특히 AI와 데이터센터를 눈여겨볼 만하다”고 언급했다.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도 밀컨 콘퍼런스 참석차 미국을 찾은 자리에서 “지역별로 보면 신흥 시장은 인도, 선진 시장은 일본을 눈여겨보고 있으며 산업 부문별로는 데이터센터 성장세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진 사장은 “대체 투자 비중을 오는 2027년까지 25%로 늘릴 것”이라면서 대체 투자 자산 중 부동산·인프라 측면에서 데이터센터에 주목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데이터센터 관련주로는 반도체 기업을 생각할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특수 부동산을 생각해볼 수 있다.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는 나스닥거래소에 상장된 ‘데이터센터 리츠 앤드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VPN)’가 있다. 글로벌X가 운용하는 해당 ETF는 2020년 10월 상장했다. 현지 시간 5월 9일 기준 올해 연중 시세 상승률은 0.12%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투자하는 ETF인 ‘SPDR S&P 500 트러스트(SPY, 연중 상승률 7.91%)’에 비해 오름폭은 적다.
개별 종목에 관심을 두는 경우 대장주로는 데이터센터용 부동산 리츠인 에퀴닉스(EQIX)와 디지털리얼티(DLR) 등이 꼽힌다. 에퀴닉스와 디지털리얼티의 올해 연중 주가 변동률은 각각 9.92%, -6.05%다. 최근 한 달 상승률은 차례로 각각 3.12%, 4.3%다.
에퀴닉스는 대표 종목이라는 점에서 투자 관심을 받는다. 회사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에 본사를 두고 있다. 현재 32개 국가 소재 71개 도시에서 총 248곳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해 운영 중인데 데이터센터 부문 글로벌 리츠 중에서는 시장점유율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와 나스닥, 엔비디아 등이 에퀴닉스 데이터센터를 이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퀴닉스는 2019년 서울 마포 상암동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했고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도 고객사다. 수요가 늘면서 에퀴닉스는 경기 고양시에 제2센터를 짓는 중이며 올해 말 완공이 목표다. 지난 5월 3일 회사가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실적은 데이터센터 사업 성장세를 반영해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에퀴닉스의 1주당 순이익(EPS)은 2.77달러, 매출은 20억달러를 기록해 각각 직전 분기보다 99%, 7% 늘어났다.
부동산투자신탁인 리츠는 실적을 볼 때 조정운영자금(AFFO)을 주요 지표로 살펴보는데 에퀴닉스의 경우 올해 1분기 AFFO가 8억200만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22% 급증했다. 1주당 AFFO는 8.59달러로 같은 기간 21% 늘어났다. AFFO는 운영자금(FFO)에서 임대료 변동분을 더하고 일상적인 유지·보수 금액, 자본 지출은 제외한 금액을 말한다. FFO는 부동산 감가상각을 감안한 지표다. 에퀴닉스의 찰스 메이어스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디지털 산업 발전에 따른 강력한 수요 덕분에 앞으로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라면서 올해 매출 전망치를 81억 7500만~82억7500만달러 선으로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14%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호실적에 힘입어 이날 에퀴닉스 이사회는 분기 배당금을 1주당 3.41달러로 상향했다. 이번 배당금은 5월 24일까지 해당 주식을 보유한 주주를 대상으로 오는 6월 21일에 지급된다. 현재 배당금은 3.4달러, 연간 배당 수익률은 1.87%다.
배당에 방점을 둔다면 디지털리얼티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둔 디지털리얼티는 에퀴닉스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지만 데이터센터 리츠 간판주로 꼽힌다. 분기 배당금은 1.22달러고 연간 배당 수익률은 5.05%다. 뉴욕 증시 기업의 경우 통상 배당 수익률이 3%를 넘으면 배당주로 통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9호 (2023.05.17~2023.05.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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