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사자후] 게임,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중화할 수 있는 ‘중간 대상’으로 충분

2023. 5. 16. 21: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게임은 규칙에 따른 경쟁을 통해 승부를 겨루는 놀이의 일종이다.

이때 아이는 불안한 자신의 내면세계와 피할 수 없는 두려운 외부세계를 연결시키는 중간대상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기술이 빠르게 보급되고 정착될 수 있었던 중간대상은 '게임'이었다.

만일 인공지능과 이를 결합한 로봇이 대중화되기를 바란다면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중화시킬 수 있는 중간대상이 필요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기는 것만이 게임의 본질은 아냐… AI 활용이 승패 영향 미치면 좋을듯


게임은 규칙에 따른 경쟁을 통해 승부를 겨루는 놀이의 일종이다. 게임은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서 비교적 늦은 나이에 나타나는 고급놀이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게임을 잘 하려면 나의 상황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상대의 마음과 주변 상황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판단이 딱 맞아떨어질 때 게임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자신의 판단과 대응 능력이 우수하다는 피드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쉬운 게임이나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과의 게임은 재미가 없는 법이다.

게임의 재미는 본질적으로 이기는 것 자체에 있지 않다. 이기는 것이 재미의 핵심이라면 쉬운 게임, 실력이 없는 상대와 하는 게임이 가장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게임은 재미가 없다. 배가 고플 때 먹는 음식이 가장 맛이 있는 것처럼 패배를 반복하다 얻는 승리가 가장 값지다. 스스로 실력이 늘고,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승리의 기쁨에 핵심이 된다. 이럴 때 우리 몸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스스로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처럼 말이다. 매일매일 성장하는 청소년 시기에는 일생 중 도파민 분비가 가장 왕성하게 일어난다. 배움과 성장이 집중되는 시기라는 의미다.

배움과 성장이란 나 외에 있는 다른 것을 흡수하여 나의 것으로 만드는 작용이다. 나 외의 것, 즉 낯선 것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이 왕성한 어린아이 시기에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도널드 위니캇이라는 학자는 ‘중간대상(transitional object)’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가 늘 곁에 있을 수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두려운 외부세계가 있음을 인식한다. 이때 아이는 불안한 자신의 내면세계와 피할 수 없는 두려운 외부세계를 연결시키는 중간대상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한다. 애착인형이나 공갈젖꼭지가 대표적인 중간대상이라 할 수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중간대상은 끊임없이 바뀐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것들이 나타날 때마다 중간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적절한 중간대상을 발견하지 못하면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기술이 빠르게 보급되고 정착될 수 있었던 중간대상은 ‘게임’이었다. 놀이를 통해 낯선 대상이 친숙한 대상으로 바뀌고, 또 그런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낯선 기술을 학습하였다. 30년 전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있던 컴퓨터 학원이라는 곳이 사라진 이유는 컴퓨터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컴퓨터를 습득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스마트폰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챗GPT를 필두로 빠른 인공지능의 발달이 매일매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면서 이런 세상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듯하다. 만일 인공지능과 이를 결합한 로봇이 대중화되기를 바란다면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중화시킬 수 있는 중간대상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런 중간대상으로 게임만한 것은 없었다. 챗GPT와 게임을 하거나 혹은 게임을 할 때 이런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승패에 영향을 주는 게임을 만든다면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대신 친숙하고 필수적인 기술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기술혁신의 역사를 통해 볼 때 그렇다는 의미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