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각 체제 살 붙이되, 中 헤징 전략도 필요”
미중 격돌만 전제하다 부담 커질 수 있어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해 한·미·일 3각 체제에 살을 붙이되, 복합대전환의 시기인 만큼 헤징전략(Hedging Strategy·위험분산)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중 양자택일이 아니라, 전략적이익이 큰 중국과의 상호존중과 협력의 틀도 열어놔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중 격돌만을 보고 외교정책을 추진했을 때 따르는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요컨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 재추진이 연내에 이뤄질 ‘경우의 수’도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월 첫 중국 방문 일정이 잡혔지만, 중국 정찰풍선 사태가 불거지면서 항의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최근 들어 중국 방문 재추진 언급이 잇따르고 있다.
16일 국립외교원이 개최한 '한미일 3국 협력과 글로벌 중추 국가'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2세션, 한미일 3국 협력과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에서는 이같은 제언이 나왔다.
외교부 1·2차관을 모두 지낸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자유주의, 보호무역 심화, 북한 핵무장 고도화,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등 소위 복합대전환의 시기엔 우리나라의 취약성을 고려한 글로벌 중추국가 운영방안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미·중 충돌만을 전제하고 정책을 세웠다간 뒤통수 맞기 좋은 상황”이라면서 “우리는 대외의존도도 높고, 분단국으로서 지정학적 분리에 대한 약점도 있다. 이런 취약성을 고려한 헤징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 전 대사는 G7에서 한·미·일 협력의 살을 붙여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프놈펜에서 3국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상당히 포괄적인 내용이 담겼었다”면서 “히로시마 3국 정상회담에선 이를 구체화하는 단계, 그리고 단순한 정책조율을 넘어서서 공동 정책 기획·집행의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역내에 개발이 뒤쳐진 동남아나 서남아, 태평양 도서국을 대상으로 한·미·일 개발협력체제를 강화한다거나, 녹색성장과 재난구조 분야에서 공동대응을 하는 방안 등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이재민 경제안보대사는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만큼 한·미·일간의 경제협력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봤다. 이 대사는 “기존에는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상품을 잘 만들어 관세를 낮추고 수출고를 달성하자’는 식으로 접근했지만, 다자주의 쇠퇴로 가면서 WTO체제의 모범생으로서 도약하던 우리나라의 규범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9위고 WTO회원국 중 6위’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 일본이 한국을 보는 관점이 크게 바뀌었다.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해 민주주의, 기후변화, 규범 기반 국제질서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 일본은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부문에서 협력의 교집합이 많다”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협력을 이뤄낸다면 글로벌 중추국가 달성에 기여할 지점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세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미일 3국의 7광구 해상 대륙붕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그는 “이미 중국이 7광구에 대한 지분을 선포하고 오는 2028년이 되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확률이 크기 때문에 3국이 협력하면 맞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1세션(국제질서 변동과 한미일 3국협력의 의의)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로 국제질서의 판이 짜여지는 구도를 면밀히 들여봐야 한다는 관점도 있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미일과 북중러의 구도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이 전원회의를 통해 국제질서를 신냉전체제로 담론화한 것인데, 이 틀에서 중국과 러시아 눈치를 굉장히 크게보는 것도 북한”이라고 언급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다만 그 구도속에서 중국의 부담은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게 중국과 러시아가 가까이가더라도 손해가 보는 부분을 찾아서 한미일 3자간의 전략적 목표를 삼아야 한다”고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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