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간호법 거부'에 환영 vs 반발… 의료대란 우려 [여의도브리핑]
◇논란의 '간호법' 대체 뭐기에
간호법은 의료법 내에 존재했던 간호 관련 내용을 별도의 법안으로 분리한 것으로, 간호사와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구분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법안이다.
그러나 ▲간호사의 업무영역 범위에 '지역사회 활동'이 포함되면서 간호사 단독개원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논란과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특성화고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고등학교 졸업자로 간호조무사양성소 교육을 이수한 사람' 등으로 규정하면서 간호조무사를 고졸로 제한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 간호법안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명시하고 있다. 대졸 이상 학력자의 간호조무사 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전문 직역의 협업에 의해서 제대로 지킬 수 있다"고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환영' 의료계·여당 vs '약속 파기 책임져야' 간호계·야당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국회는 재의 과정을 거치게 됐다"며, "이제라도 간호사 처우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의료시스템 복원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의료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던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처우 개선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수요자 중심의 통합적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직역 간의 합리적 협업체계를 마련하며, 사회적 논의를 통한 법 체계를 만든다는 세 가지 원칙을 갖고 어르신들이 사시던 곳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앞서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충실히 이행하며 간호사가 우수한 전문의료인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며 "보건의료 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자 역량을 발휘하고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도록 종합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들께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단체 행동 자제도 요청했다.
복지부가 간호법의 핵심인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으나 간호계의 반발은 거세다. 대한간호협회는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약속을 파기한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간호법을 파괴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단죄하겠다"고 말했다. 간협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부를 맡게 되면 의료 기득권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할 테니 믿어달라'라며 지지를 호소했었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간호법 제정 약속과 공약을 파기했다"며, "남용되어서는 안 될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간협은 "2년간 국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심의의결된 간호법은 좌초됐지만, 맥락은 여전하기에 다시 국회에서 간호법을 재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간호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민을 거부한 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더는 민생을 내팽개치지 말라, 더는 국민을 분열시키지 말라, 국민 통합의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이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며, "간호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갈등 중재와 합의 처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는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명분을 쌓기 위해 국민 분열을 선택했다. 국민통합의 길로 가야 할 정치 상황은 극단적 대치의 길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대통령 본인의 약속마저 파기한 민심에 대한 도전이자 국회의 입법권을 또다시 부정하는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본회의 재의마저도 막아선다면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재표결 서두르는 야당, 의결은 불투명
국회로 되돌아온 간호법은 조만간 국회 본회의에서 재상정·표결 절차를 거치게 될 예정이다. 야당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간호법 재표결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민 뜻에 따라 국회에서 재투표에 나서겠다”며 “국민 건강권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흔들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간호법 제정안 재표결은 쉽지 않다. 본회의 재표결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해야 하며, 출석의원 2/3 이상이 찬성해야 재의결이 되는데,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이 115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모두 반대표를 던질 경우, 간호법 재의결은 불가능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로 인해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된 바 있다.
여당 관계자는 "간호법은 긴 시간 논의되어 온 사안이나 이해당사자 간 입장 차가 첨예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금에 이른 법안이다"며, "재표결에 부쳐지더라도 최종적으로 의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업 '일시 보류' 의료계 - 단체행동 검토 간호계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통령의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를 환영하나 의료인 면허박탈법(의료법 개정법률안)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데는 아쉽게 생각한다"며, "아쉬움이 있지만 우선 17일 계획한 연대 총파업은 국회 재의결시까지 유보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법안 처리가 원만히 마무리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 문제는 간호사다. 간호사들은 간호법 폐기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총파업 등 수위 높은 단체행동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간호협회는 의견조사를 통해 회원 98.6%가 단체행동에 찬성함을 확인한 상태로,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직후부터 단체행동 수위를 논의하고 있다.
간호협회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이 행사돼도 의사협회 등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단체와 달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협 측은 "우리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모든 진실을 국민께 소상히 알릴 것이다"며,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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