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사면허 취소법엔 거부권 행사 안해…의료단체는 파업 유보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과 달리 의료인 면허 박탈 조건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해당 법안이 조만간 시행될 전망이다. 그간 간호법 제정안과 함께 해당 법안의 폐기를 촉구해온 의사단체 등은 헌법소원 청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연대 “17일 연대 총파업 유보…의료법 개정안 재개정 요구”
의사·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 직역 13개 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16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400만 회원은 환영의 뜻을 밝힌다”라면서도 “(거부권 대상에서 빠진) 의료인 개정안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하며 국회에서 신속히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의 건을 심의·의결해준 데 반색하면서도 의료법 개정안이 거부권 대상에서 빠진 것에는 불만을 드러냈다. 의료연대는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반발하며 지난 3일과 11일 두 차례 부분 파업에 나섰고, 오는 17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의료법 개정안을 ‘의료인 면허취소법’ ‘의료인 면허박탈법’으로 정의해왔던 의료연대는 당장 단체행동에 돌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명하 의협 ‘간호법·면허박탈법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결과에 아쉬움이 있지만 17일 계획한 연대 총파업은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깊은 고뇌 끝에 국회 재의결 때까지 유보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안 처리가 원만히 마무리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비대위에 따르면 그동안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던 전공의(레지던트)·수련의(인턴)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이날 낮 열린 의협 비대위 회의에서 의협 비대위 결정을 따르기로 하면서 우려됐던 ‘의료대란’은 피하게 됐다. 대전협은 의사단체 중에서도 집단행동 시 파급력이 커 이들 결정에 의료계 관심이 쏠렸다. 박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만나 “젊은 의사들이 많이 아쉬워하고 반발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사 사이에선 “간호법에만 집중하다 의료법 개정안을 막지 못한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국회 재의결’ 단서 달고 총파업 보류…앞으로 계획은
의료연대는 이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의료인의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의료인 면허 박탈법에 대한 재개정 절차에 국회와 정부가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총파업 보류에 대해 ‘국회 재의결’이라는 조건이 달린 셈이다.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치의협) 회장은 “윤 대통령은 치의협이 열망한 의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요청에는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라며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이중처벌이자 과잉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단체 등은 정부·국회와 소통하며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일부 조항을 빼곤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한다. 이들은 법안에서 ‘모든 범죄’를 ‘강력범죄·성범죄’ 등으로 바꾸는 등 재개정 작업에 들어가고, 의사·치과의사 등을 중심으로 해 헌법소원 청구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강력범죄·성범죄 처벌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잉 입법에 대한 부당함을 정치권에 계속 알리겠다”라며 “의료연대는 이에 공동 대응할 것이고 내년 총선 전에 의료법이 재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료법 개정안 적용을 받는 의료인(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이 그간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해온 다른 간호조무사·응급구조사 등 나머지 보건 의료직역보다 범위가 좁아 이들 단체가 직전까지 보여줬던 수적인 단체 행동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박명하 위원장은 “법안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13개 단체가 모인 의료연대라면 모두 협조해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모든 범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이 과도하다는 여론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관련 법 개정 방향에 대해 당정 협의를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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