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으로 조직 손보는 기아 中 법인… 전동화 재도약 '채비'
EV전환 앞두고 조직 재편… "현지 인재 채용 확대"
지난해 말 김경현 총경리 체제 조직개편 단행
올해 8월 전기차 첫 투입… 목표 판매량 18만5000대
기아가 판매 부진을 겪은 중국시장에서 재도약을 위해 단단히 채비를 갖추는 모습이다. 올해 8월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투입이 예정된 가운데 지난해 말 중국 법인의 수장 교체에 이어 최근 관리직 구조조정에도 돌입했다. 젊은 피 중심으로 인력을 재정비해 미래차 브랜드에 걸맞는 조직으로 변화하고, 중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재도약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중국 합작사인 기아기차유한공사(옛 둥펑위에다기아)는 내달부터 1년간 관리직 130여명을 대상으로 순환 근무를 실시한다. 순환근무 대상자는 첫 달을 제외한 11개월 동안 회사의 복지나 혜택을 일절 받지 않고 최저임금 만을 수령하게 된다. 기아 중국 법인의 본사와 공장은 강소성 옌청에 있고 판매 회사는 상하이에 있으며, 관리 직책은 옌청과 상하이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기차유한공사는 공지문을 통해 "현재의 새로운 에너지 전환에 대처하기 위해 회사는 변화에 앞장서서 비즈니스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현지 전문 인재 채용을 확대하며 조직 활력을 자극할 것"이라고 했다.
현지에서는 장기 근속 관리직에게 약 1년간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기아의 이번 순환근무를 두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옌청과 상하이의 최저임금은 각각 월 2070위안(약 39만7000원)과 2590위안(약 59만6900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수장 교체도 단행했다. 지난해 2월 기아 중국법인은 2021년부터 중국 사업을 총괄했던 류창승 총경리 체제에서 김경현 총경리 체제로 교체하고, 판매 본부장과 구매 본부장 등 주요 요직도 전면 교체했다.
중국 기아가 지난해 수장교체에 이어 올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올 초 중국 시장 내 전동화 전환을 선언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3월 중국에서 열린 '기아 EV데이' 자리에서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기아의 성공은 기아 글로벌 전략의 핵심 요소"라며 "전기차 모델과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높은 기대치를 가진 중국 고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EV 1티어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기아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중국에서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차 6종을 출시하고, 이를 통해 2030년에는 18만대의 판매량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이미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화된 시장인만큼 현지 생산을 통해 최대한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품질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계산이다.
송 사장은 앞서 지난 3월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서도 "중국 시장은 전기차로 가야한다. 어차피 시장이 전기차로 가니까 전기차로 갈 것"이라며 "중국차에 비해서 (기아 차가)상품력이 좋은데 결국 소비자들 마음을 사야 되니까 어떤 것이, 어떤 방식이 소비자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지 고민을 많이 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첫 전동화모델 투입은 올해 8월이다. 미국, 유럽 시장에서 한차례 인정 받은 모델인 'EV6 GT'를 먼저 투입하고, 오는 11월에는 중국 현지 전략형 모델인 준중형 SUV 'EV5'도 출시한다. EV5는 중국 시장 전용 전기차이며, 중국 현지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대형 전기 SUV인 'EV9' 출시도 예정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아 중국 법인이 올해 판매량을 확대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기아 중국 법인은 지난해 55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지 판매 기준 총 9만5000대를 팔았는데, 전년 대비 38.4%가 줄었다. 중국 시장 점유율은 0.6%로, 1%도 채 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10만대 이하로 판매량이 떨어지면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아야한다고 말한다"면서도 "기아의 입지가 좁아진것은 사실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서의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있다"고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한다는 점을 꼽는다. 중국 시장이 글로벌 전체 시장 전반의 특성과 달리 애국 소비가 강하고,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만으로는 중국 업체를 이길 수 없지만, 상품성 면에서만큼은 중국 업체보다 뛰어난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의 자동차 가격이 워낙 저렴하고 애국 소비가 강하기 때문에 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과 상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에서 현지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고, 내연기관 뿐 아니라 전기차도 가격을 낮게 가져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아에게는 가격을 낮게 책정하더라도 최대한 많이 팔아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 가장 첫 번째 목표"라며 "모듈 등 중국 현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부품을 수급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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