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봄’ 오나…태국 전진당 부상에 ‘국왕 모독죄’ 폐지 주목

김지애 2023. 5. 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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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태국 총선에서 진보 정당 전진당(MFP)이 돌풍을 일으키며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가운데 오랫동안 태국에서 금기시된 '왕실 모독죄'와 군주제 개혁이 이뤄질지 주목받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는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들에게 "형법 112조 변경을 추진하는 것에 있어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왕실 모독죄'로 알려진 형법 112조는 태국 왕실을 모욕할 경우 최대 15년 징역을 받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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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 림짜른랏(오른쪽 두번째) 태국 전진당(MFP) 대표가 15일(현지시간) 방콕에서 동료 당원 및 지지자들과 함께 총선 승리 축하 퍼레이드를 이끌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태국 총선에서 진보 정당 전진당(MFP)이 돌풍을 일으키며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가운데 오랫동안 태국에서 금기시된 ‘왕실 모독죄’와 군주제 개혁이 이뤄질지 주목받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는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들에게 “형법 112조 변경을 추진하는 것에 있어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왕실 모독죄’로 알려진 형법 112조는 태국 왕실을 모욕할 경우 최대 15년 징역을 받게 한다. 피타 대표는 “군주제와 국민, 특히 젊은 세대 간의 관계가 우려된다”며 “의회를 통해 성숙함, 투명성, 군주제와 대중의 관계에 있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포괄적인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마하 와치랄롱꼰(왼쪽) 태국 국왕과 수티다 왕비가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태국 왕실에 대한 여론의 불만은 70년 넘게 존경받았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사망하고 2016년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이 즉위한 이후 높아지기 시작했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400억 달러 이상의 왕실 자산을 사유화하고 일부 군대를 직접 지휘해 논란이 됐다.

2020년 수만명이 참여해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왕실 개혁 등을 요구한 시위 이후 군주제를 둘러싼 논란이 부각됐다. 태국 당국은 당시 시위 이후 형법 112조 위반 혐의로 미성년자 17명을 포함해 223명 이상을 기소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일부 대학생은 이번 총선에서 전진당 후보로 출마했다.

태국 왕실은 그간 군부 쿠데타와 군부 정권을 암묵적으로 승인해왔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는다. 왕실은 공식적으로 비정치적이지만 왕은 국가 원수로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동안 태국에서는 12차례 이상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으며, 왕실은 군부 쿠데타를 승인함으로써 중재자 역할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 년 동안 태국 왕실과 군부는 공생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군부는 태국 왕실의 진정한 수호자임을 대중에게 자주 상기시켜 왔다”고 전했다.

수라짯 밤렁쑥 쭐랄롱꼰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 결과를 ‘방콕의 봄’으로 명명하며 “군 지도자들은 탱크에서 내려 자신감을 갖고 선거용 트럭에 올랐지만 반대하는 유권자들에 의해 진압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진당의 군주제 개혁 추진은 정권 교체 과정에서부터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전진당은 총선을 통해 하원 500석 중 151석을 확보했으나, 군부가 선출한 상원 의원 250명과 하원이 함께 총리를 선출하는 현 규칙에 따라 정권 교체를 이루려면 안정적으로 376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막내딸이자 프아타이당 대표인 패통탄 친나왓(가운데) 총리 후보가 15일(현지시간) 방콕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피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전진당에 이어 141석을 차지한 기존 제1야당 프아타이당을 비롯해 5개 정당과 연합을 결성해 하원 500석 중 309석을 확보했다고 15일 밝혔다.

야권 연합을 이룬다 하더라도 야당 간에도 의견이 달라 군주제 개혁 추진이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패통탄 친나왓 프아타이당 대표는 “왕실 모독죄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청소년 문제와 관련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형법 112조의 완전한 폐지를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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