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무개념이 빚은 무리수, 구리시의 3無 축제[기자수첩-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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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상권활성화재단이 오는 19일과 20일 양일간 구리시청 및 구리아트홀 일원에서 'G9(지구)·구리 2023 MSG(마신는 구리)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주최 측의 주장은 "구리를 뜻하는 영문 이니셜 G와 숫자 9를 합성해 만들었으며 '지구'라고 발음하면 되고 이는 지구 환경을 뜻하는 것으로 연결된다"는 것이지만, 이렇게 긴 부연 설명이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네이밍의 실패를 뜻한다.'MSG'도 난센스인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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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상권활성화재단이 오는 19일과 20일 양일간 구리시청 및 구리아트홀 일원에서 ‘G9(지구)·구리 2023 MSG(마신는 구리)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축제의 목적은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키는 것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축제의 이름을 놓고 시민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오고간다. “도대체 무슨 축제라고 읽어야 하는 거야?”
정식 명칭은 ‘G9(지구)·구리 2023 MSG(마신는 구리) 축제’이다. 축제 이름에 괄호가 들어가니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감한 것이 당연하다.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뜻하는 ‘G7’을 ‘지쎄븐’이라고 발음하는 것처럼 ‘지나인’이라고 발음하자니 중국인을 뜻하는 느낌이 든다. 주최 측의 주장은 “구리를 뜻하는 영문 이니셜 G와 숫자 9를 합성해 만들었으며 ‘지구’라고 발음하면 되고 이는 지구 환경을 뜻하는 것으로 연결된다”는 것이지만, 이렇게 긴 부연 설명이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네이밍의 실패를 뜻한다.
'MSG'도 난센스인 것은 마찬가지다. 흔히 젊은이들은 이야기를 할 때 “MSG를 쳤군”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실제 사실보다 부풀리기를 했다는 부정적 의미를 지닌다. 물론 음식의 맛을 더 좋게 하려고 사용하는 게 MSG이니 거기에 무슨 부정과 긍정이 존재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우리 식당에서는 MSG를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홍보하는 음식점이 아직 존재하는 것을 보면 그리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말하기도 곤란하다. 그런데 왜 굳이 MSG를 가져왔을까. 주최 측의 설명은 이러하다. “‘맛있는’을 발음 그대로 적으면 ‘마신는’이 되고 여기에 '구리'를 붙여 이것의 첫 음을 영문 알파벳으로 하면 MSG가 된다”는 것. 요즘 젊은이들의 말로 참으로 ‘신박한’ 아이디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굳이 영문 알파벳을 가져와야 하는 것일까. 글로벌 시대에 맞게?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그래서 주변의 10대들에게 물어봤다. 이번 축제의 이름이 어떠하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구리네요”
‘구리다’는 국어사전에 나오는 단어다. 그 의미는 ‘똥이나 방귀 냄새와 같다’이다.
주최 측도 이러한 점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G9’ 다음에 괄호까지 쳐가며 ‘지구’라고 표기를 했을 것이고 ‘MSG’ 뒤에 ‘마신는 구리’를 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신는 구리’를 보며 ‘아, 이것은 맛있는 구리의 변형이군’이라고 생각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적도 없고, 의미도 없다. 환경과 지구와 구리와 음식을 모두 결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온갖 것을 때려넣고 끓인 것을 우리는 ‘개밥’ 혹은 ‘잡탕밥’이라고 부른다. 격을 높여도 기껏해야 ‘짬뽕’이다. 한글 사용이나 우리말 사용을 내세우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러한 한글 파괴는 너무 많이 나갔다는 느낌이다.
무국적, 무개념이 낳은 무리수의 참사, 이번 축제 포스터를 보고 느낀 점이다. 아주 긍정적으로 보면, 앞서 만났던 어느 10대의 이야기처럼, '구리'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그 젊은이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러하다. “구리가 구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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