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 취미처럼 여긴다"…尹 '불통 이미지' 씌우는 野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再議)를 요구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의 공약 파기에 대해 사죄하라”고 맞섰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낮 12시 10분쯤 간호법안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달 4일 야당이 단독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안성에서 청년 농업인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었다”며 “공약을 지킬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전혀 없는데도 공약을 어기고 국회가 처리한 간호법을 거부권 행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헛공약이나 공약 파기는 민주주의를 파기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만약 공약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잘못된 공약을 한 것에 대해 당연히 국민에게 구체적 정황을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공약 파기’ 근거로 드는 건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간호협회 간담회에서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에 국민과 정부가 합당한 처우를 해주는 게 바로 공정과 상식”이라며 “간호법 제정 요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은 당시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원칙을 선언한 것이지, 간호법 제정을 공약한 바 없다”(3일 전주혜 원내대변인)며 민주당의 ‘공약 파기’ 주장이 “가짜뉴스”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이 의결된 직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비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간호법은 신종 감염병 대응과 치료, 돌봄과 요양 등 국민에게 보다 폭넓은 간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여야 모두 함께 발의한 법이고 국회에서 오랜 기간 정당한 논의와 절차를 거쳐 통과된 법”이라며 “그럼에도 거부권을 행사한 건 입법권을 철저히 무시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재투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간호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갈등 중재와 합의 처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오히려 거부권 행사 명분을 쌓기 위해 국민 분열을 선택했다”고 적었다. 이어 “국민 건강권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민주당은 흔들리지 않겠다”며 간호법 원안의 재의결 방침을 나타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내부 여론조사를 통해 여론 동향을 긴밀하게 파악했다고 한다. 지도부 관계자는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며 “특히 중도층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컸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대통령께서 거부권 행사를 습관, 취미처럼 여기시니 민주당은 윤 대통령께서 계속 거부권 행사하시도록 협조하겠다”(15일 정청래 최고위원)는 입장이다. ‘거부권 정국’을 이어가면서 윤 대통령에게 ‘불통’ 이미지를 덧씌우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교육위에서도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취업 전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지난달 본회의에 부의된 방송법도 이달 중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민주당은 장외투쟁에 나서며 대정부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은 2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집회를 개최한다. 이날 집회에는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당 지도부는 물론,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당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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